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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은 올림픽에 관심 없다?…메달은 격투기에서

[특파원 시리즈] 이민주 특파원의 앗쌀람! 카이로

지구촌 축제가 연일 감동과 화제를 쏟아내며 열기를 더해가고 있지만 이곳 중동 지역의 올림픽에 대한 관심은 다른 지역에 비해 조금은 시들한 것 같습니다.

카타르나 두바이, 사우디, 쿠웨이트 위성방송 스포츠 채널들이 올림픽 주요 경기들을 생중계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들처럼 시청자들을 브라운관 앞에 붙들어매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기껏해야 축구와 배구, 핸드볼 같은 구기종목이 중계될 때만 시선을 돌릴 뿐입니다.

무엇보다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들이 대체로 올림픽 종목 전반에 걸쳐 워낙 약세를 보여왔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각 종목 예선을 통과한 나라도 극히 드물 뿐더러 출전했다 하더라도 메달은 커녕 스포츠 강국들에게 일방적으로 지는 들러리 역할만 할 뿐이어서 아무래도 관전이 그리 신나지 않는 모양입니다.

16일 현재 중동권에서는 알제리가 은 1 동 1, 이집트가 동 1를 겨우 따냈을 뿐입니다.

그래도 축구는 이곳에서도 단연 인기종목이라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 같은 강팀들의 경기는 상대적으로 많이들 보는 편입니다.

      

이런 가운데 중동 국가들 중에서는 아랍에미리트의 선수단 구성이 단연 화제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총 선수단 9명 가운데 4명이 지체 높은 왕자나 공주 격이기 때문인데요.

그 중에서도 특히 두바이의 그 유명한 지도자 무함마드의 친딸인 셰이카 마이타가 태권도라는 격투기에 출전하면서 UAE의 기수까지 맡아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습니다.

                      

마이타는 올해 28살로 12살 때부터 무술을 시작한 이래 공수도와 태권도, 복싱까지 험한 종목들을 두루 섭렵한 맹렬여성으로 지난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때는 공수도 대련 부문에서 은메달을 따기도 했습니다.

이번 올림픽에는 태권도로 종목을 바꿔 와일드카드 자격으로 67Kg급에 출전했는데 공수도와 태권도는 엄연히 다른 무술이라 입상할 지 여부는 다소 회의적인 듯 싶습니다.

이번 올림픽을 지켜 보면서 개인적으로 고무적이라고 느끼는 부분은 우리나라의 메달 수확 종목이 과거 격투기 위주에서 '선진국형'인 기록경기로 바뀌고 있는 점입니다.

레슬링이나 권투, 유도 등 때리고 메치는 종목에서 부족한 체력을 헝그리정신에 입각한 정신력과 투지로 극복하며 천신만고 끝에 메달을 따내던 패턴이 어느 때인가부터 상대적으로 우아하고 즐길 수 있는 종목에서 훨씬 여유있는 자세로 경기에 임하는 모습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듯합니다.

메달 확정 직후나 시상대에서의 태도 또한 울고불고하던 지난 날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을 확인하게 됩니다.

먹고 살게 되기 시작하면서 생긴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여겨집니다.

그래서일까요? 걸프 부국을 제외한 다른 중동권 빈국들이 그나마 두각을 나타내는 종목을 살펴보니...

아니나 다를까 복싱, 레슬링, 유도, 태권도였습니다.

격투기를 결코 폄하할 생각은 없지만 아무래도 두드려 맞고, 메다 꽂혀야 하는 험한 종목들은 상대적으로 못사는 나라들이 비집고 들어갈 여지가 있는 틈새 종목인 셈입니다.

  [편집자주] 한국 언론을 대표하는 종군기자 가운데 한사람인 이민주 기자는 1995년 SBS 공채로 입사해 스포츠, 사회부, 경제부 등을 거쳐 2008년 7월부터는 이집트 카이로 특파원으로 활약 중입니다. 오랜 중동지역 취재경험과 연수 경력으로 2001년 아프간전 당시에는 미항모 키티호크 동승취재, 2003년 이라크전 때는 바그다드 현지취재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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