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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는 두바이, 실속은 아부다비…부자나라 '쌍끌이'

[특파원 시리즈] 이민주 특파원의 앗쌀람! 카이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7개 토후국 가운데 장남과 차남 격인 아부다비와 두바이.

 

두바이가 지난 십수년 집중 조명을 받으면서 훨씬 더 세계에 많이 알려져 있지만..

사실 연합 내에서의 위상이나 땅덩어리 크기, 석유 매장량 등으로 따져볼 때, 아부다비에는 상대가 되지 못합니다.

      

UAE의 수도인 아부다비는 UAE 전체 국토의 87%, GDP의 60%, 석유자원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지도자가 국가수반인 대통령도 맡고 있습니다.

반면 두바이는 연합 내에서 두 번째로 큰 토후국이긴 하지만 국토 사이즈는 상대가 되지 못하고, 다만 활발한 투자 유치와 개발 드라이브를 통해 GDP의 25% 정도를 차지하며 부통령과 수상, 국방장관 등을 맡고 있습니다.

아부다비 입장에서는 워낙 풍부한 천연자원 덕에 미래에 대한 걱정을 그리 심각하게 하지 않고 있다가 두바이의 성공을 목도한 뒤 베낄만 한 부분만 벤치마킹에 나서고 있는 양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칭 세계 최초의 7성급이라는 두바이의 '버즈 알 아랍 호텔'을 의식해 '그랜드 팰리스 호텔'이라는 온통 금빛의 초호화판 호텔을 지어 역시 별 7개를 달아 맞불을 놓았습니다.

      



      

또 상업주의에 치우친 두바이와는 격이 다르다는 것을 과시하려는 듯 대규모 박물관이나 문화단지를 조성해 차별을 기하고 있습니다.

      

도시 정비 차원에서도 두바이처럼 땅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든 마천루를 마구 짓는 방식이 아니라 녹지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면서 교통과 환경까지 염두에 두고 계획성 있게 건물을 지어도 짓겠다는 구상입니다.

기실, 두바이에 투입된 천문학적인 개발 자금 상당 부분도 아부다비 왕족들 호주머니에서 나온 터라 이들이 자금을 회수하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두바이는 하루 아침에 휘청거릴 것이라는 관측마저 제기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아부다비에 거주하는 우리 교민들도 은근히 두바이는 낮춰 보고 아부다비에 사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는 점입니다.

어디까지나 아부다비가 본류이고 두바이는 찌질이 동생이 어쩌다 로또에 맞아 벼락부자가 된 형국이라는  것입니다.

아직까지는 두 토후국 리더들이 심각하게 반목한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아부다비의 돈과 두바이의 창의성이 지금처럼 조화를 이루고 선의의 경쟁마저 촉진된다면, UAE는 세계 최고 수준의 부자나라라는 위상을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켜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편집자주] 한국 언론을 대표하는 종군기자 가운데 한사람인 이민주 기자는 1995년 SBS 공채로 입사해 스포츠, 사회부, 경제부 등을 거쳐 2008년 7월부터는 이집트 카이로 특파원으로 활약 중입니다. 오랜 중동지역 취재경험과 연수 경력으로 2001년 아프간전 당시에는 미항모 키티호크 동승취재, 2003년 이라크전 때는 바그다드 현지취재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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