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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자유·풍기문란 아직은 No! '두 얼굴의 두바이'

[특파원 시리즈] 이민주 특파원의 앗쌀람! 카이로

두바이의 미래전략은 '과감한 개방으로 비즈니스 천국을 만들어 투자를 유치하는 한편, 세계적인 볼거리와 쇼핑천국을 조성해 관광객들을 끌어들인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볼거리로 말하자면 거품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지만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 세계 최대,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은 수많은 대형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개발하며 지구촌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개방과 관련해서는 기업들에게 법인세나 관세 등 각종 세금 면제는 물론, 불과 몇 시간 만에 법인 등록을 허용하는 등, 규제가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빠르고 효율적인 행정시스템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왕정국가라는 특성, 그리고 아랍과 이슬람 고유의 전통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특히 언론 자유와 공공 장소에서의 풍속과 관련해서는 완고하고 엄격한 잣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얼마 전 두바이가 자랑하는 7성호텔 '버즈 알 아랍'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특종 보도한 지역신문의 외국인 기자가 삭발당한 채 한 달간 투옥됐다 추방당한 일이 있었습니다.

                

명목상의 죄목은 권총 살인사건을 흉기 살인으로 오보했다는 이유에서였는데, 사실은 두바이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버즈 알 아랍' 호텔, 나아가 두바이의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는 기사를 함부로 쓴 데 대한 응징이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두바이의 변화에 대해 찬양 일색이던 외국 언론들의 논조에 '부동산 거품론' 등 비판적인 시각이 가미되기 시작하자 취재에도 상당한 제약이 생겼습니다.

외국 언론이 두바이를 취재하고자 할 경우 현지 프로덕션 가운데 한 곳과 입국 전에 미리 계약을 맺고 이들의 가이드 아래 촬영과 인터뷰를 진행하도록 규정이 바뀐 것입니다.

비용도 추가로 들거니와 외국 언론들이 자율적으로 취재할 수 있는 길이 봉쇄된 셈입니다.

풍기문란 단속과 관련해서는 얼마 전 두바이 해변에서 과도한 애정행각을 벌이던 외국인 커플이 경찰에 체포된 일이 있었고 해변이라 할 지라도 토플리스 같은 지나친 노출에 대해서는 여전히 눈감아 주는 일이 없습니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 음주나 매매춘을 암묵적으로 허용해 온 두바이로서는 이율배반이라는 비판도 있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공공장소에서는 이슬람 전통을 지켜 나가겠다는 의사표시로 해석됩니다.

아울러 두바이의 개방 폭에 공공연히 불만을 표시해 온 사우디 등 주변 강국과 이슬람 근본주의 단체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어 보입니다.

  [편집자주] 한국 언론을 대표하는 종군기자 가운데 한사람인 이민주 기자는 1995년 SBS 공채로 입사해 스포츠, 사회부, 경제부 등을 거쳐 2008년 7월부터는 이집트 카이로 특파원으로 활약 중입니다. 오랜 중동지역 취재경험과 연수 경력으로 2001년 아프간전 당시에는 미항모 키티호크 동승취재, 2003년 이라크전 때는 바그다드 현지취재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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