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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다툼에 칼부림까지 '빵 폭동' 카이로의 두얼굴

[특파원 시리즈] 이민주 특파원의 앗쌀람! 카이로

세계 어느 나라치고 양극화가 없는 나라가 있겠습니까만 이집트를 비롯한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우 그 정도가 특히 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이집트만 해도 극빈층의 삶은 과연 이렇게까지 살아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비참함 그 자체입니다. 인구 2천만의 세계적인 대도시 카이로의 경우 갈 곳 없는 극빈층은 <아라파>라고 불리는 死者들이 잠들어 있는 묘지 위에 거처를 마련해 대를 이어가며 살고 있습니다.

 

취재차 제가 둘러본 곳에서도 실제로 시신들이 안치돼 있는 묘실을 수백 가구의 사람들이 하나씩 차지하고 살고 있었습니다. 전기는 어찌어찌 끌어다 쓰고 있었지만 수도는 공급이 안돼 몇백미터 밖의 공용 수돗가에서 물을 날라다 쓰고 있었습니다.

취재에 응한 헬미 씨는 마이크로버스 운전사로 일하는데 하루 수입이 평균 2천 원에서 4천 원 사이이고 그 날 벌어 그날 먹는 처지라 일이 없는 날은 굶을 수밖에 없노라고 토로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힘겨운 이네들의 삶이 세계적인 곡물가 폭등의 여파로 서너달 전부터는 더욱 고통스러워졌습니다. 세계 최대 밀수입국인 이집트는 연간 6백만 톤을 수입해야 하는데 가격이 치솟자 수입물량이 줄어들어 정부 보조 식량에 의존해야 하는 5천 5백만 명의 빈곤층이 당장 끼니 때울 빵이 모자라게 된 것입니다.

이 때문에 이집트에서는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폭동까지 일어났고 정부 보조 빵 배급소마다 치열한 자리다툼 끝에 칼부림까지 벌어져 이 과정에서 지난 석달 새 11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습니다.

당황한 이집트 정부가 UAE등지에서 긴급히 밀을 원조받아 급한 불을 끄긴 했지만 요즘도 빵 배급소마다 2~30명의 아낙들과 아이들이 자리다툼을 하며 빵을 받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묘지마을 극빈층이 아니더라도 이집트 서민들의 생활수준은 우리 6,70년대에 비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단순 노무자들의 월 평균 수입은 100달러 남짓에 불과하고 대졸자들도 영어가 특출하거나 다른 특기가 있지 않는 한 월 3~400달러가 고작입니다. 반면 상류층은 치안과 인프라가 잘 갖춰진 호화 주택가에 모여 살며 수억대의 고급차를 몰고 다닙니다. (참고로 이집트의 자동차 관세는 1,600cc이상의 경우 140%라는 살인적인 수준입니다. 2천만 원짜리 차를 5천5백만 원 정도에 사야 한다는 얘깁니다.)

우리 교민이나 지상사 직원들을 포함한 외국인들의 경우 살림이 넉넉지 않아도 자녀 학교와 치안 문제 등의 이유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이들 부유층이 사는 동네에서 터무니 없이 비싼 댓가를 치르며 살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한국 언론을 대표하는 종군기자 가운데 한사람인 이민주 기자는 1995년 SBS 공채로 입사해 스포츠, 사회부, 경제부 등을 거쳐 2008년 7월부터는 이집트 카이로 특파원으로 활약 중입니다. 오랜 중동지역 취재경험과 연수 경력으로 2001년 아프간전 당시에는 미항모 키티호크 동승취재, 2003년 이라크전 때는 바그다드 현지취재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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