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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의 아파트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특파원 시리즈] 이민주 특파원의 앗쌀람! 카이로

땅 덩어리는 남한의 10배에 이르지만 90% 이상 사막지대라 이집트 도시의 인구밀도는 대단히 높습니다. 특히 수도 카이로는 무려 2천만 명이 모여 사는 세계적인 대도시입니다.

살만한 땅은 제한돼 있는데 인구는 많다 보니 주거 형태는 우리나라처럼 주로 아파트입니다. 우리처럼 초고층 아파트는 찾아보기 힘들고 높아야 10층 남짓 정도입니다.

페인트를 산뜻하게 칠해봤자 매년 4,5월에 불어오는 거센 모래폭풍을 몇차례 맞고 나면 천편일률 누런 색으로 변해버립니다. 해서 아예 처음부터 베이지 색이나 주황색으로 칠한 아파트가 대부분입니다.

 

내부 구조는 우리식과는 여러 면에서 차이가 납니다. 우선, 침실들을 한 쪽으로 모아 놓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침실은 대체로 그리 크지 않고 안방과 서재, 아이들 방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형태입니다. 긴 복도를 따라가면 거실이 나옵니다.

침실 사이즈에 비하면 거실은 기형적으로 큰 편입니다. 소파를 두 세트는 놓아야 허해 보이지 않을 정도입니다. 아랍권은 대체로 우리에 비해 친지들의 방문이 많은 편이어서 손님 접대에 편리하도록 거실을 넓게 조성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집트 아파트를 둘러보고 가장 마음에 든 것은 천장이 높다는 점입니다. 거실에서 탁구는 기본이고 배드민턴을 즐기는 집이 있을 정도입니다. 다만, 가족들의 피를 포식한 모기가 천장에 붙어 졸고 있어도 잡을 길이 없다는 점은 높은 천장의 단점입니다.

 

 

이집트 아파트의 또 다른 특징은 화장실이 많다는 점입니다. 대개 침실 수 만큼의 화장실이 있습니다. 제가 세들어 살고 있는 3 베드룸 아파트도 화장실을 3개나 갖추고 있어 화장실 수요가 많은 아침에도 세 식구가 각자 한 곳씩 차지하고 여유있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높은 기온 탓에 하루에도 서너차례의 샤워가 기본인 동네이다 보니 화장실이 많은 것도 반갑게 느껴집니다.

이집트의 양극화에 대해서는 다른 기회에 전해드리겠습니다만, 집값은 이해가 가지 않을 만큼 천양지차입니다. 현지인들은 월세 10달러 이내의 장기임대주택에 사는 반면 외국인들이나 상류층은 그저 그런 아파트를 한 달에 2천불 이상이라는 말도 안되는 거액을 지불하며 살아갑니다.

치안상태와 최소한의 쾌적함, 주변 시설을 고려할 때 외국인들이 살 만한 곳이 극히 제한돼 있습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별 볼일 없는 아파트에 과도한 비용을 지불하며 살 수 밖에 없습니다.

  [편집자주] 한국 언론을 대표하는 종군기자 가운데 한사람인 이민주 기자는 1995년 SBS 공채로 입사해 스포츠, 사회부, 경제부 등을 거쳐 2008년 7월부터는 이집트 카이로 특파원으로 활약 중입니다. 오랜 중동지역 취재경험과 연수 경력으로 2001년 아프간전 당시에는 미항모 키티호크 동승취재, 2003년 이라크전 때는 바그다드 현지취재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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