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사람이 아닌데..성격도 점잖고 상소리 한번 하는 걸 못 봤다"
'숭례문 방화' 피의자 채모(70)씨가 검거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12일 오전 인천시 강화군 하점면 장정2리 마을회관에 삼삼오오 모인 주민들은 놀라움과 함께 충격에 휩싸였다.
대부분의 주민은 채씨가 숭례문에 불을 질렀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형득(73)씨는 채씨가 방화 혐의를 인정했다는 소식을 접하고도 "채씨가 실제로 범인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면서 믿기지 않는 눈치였다.
그는 "채씨는 술, 담배를 전혀 안 하고 착실한 사람이다. 나이도 드신 분이 그런 짓까지 하시지는 않았을 것 같다"며 혀를 찼다.
노인회장인 유영수(77)씨는 "범인이 강화에서 잡혔다는 소식을 듣고도 채씨라고는 전혀 생각 못했는데 깜짝 놀랐다. 채씨는 상스런 소리도 안 하고 자기는 안 마시면서도 술과 안줏거리를 마을회관에 가져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채씨가 숭례문 방화 다음날인 11일에는 오후 내내 마을회관에서 고스톱을 쳤지만 불이 났던 10일에는 마을회관에 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채씨는 토박이들이 대부분인 다른 주민들과는 달리 2006년에 이사 온 데다 조용한 성격 때문에 노인회 월례모임에 참석하고 농한기에 마을회관에서 고스톱을 가끔 쳤을 뿐 이웃들과 자주 어울리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채씨는 20여년간 살던 일산의 집이 2006년 3월께 재개발과정에서 헐려 토지보상에 불만을 품은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웃들은 처음 듣는 얘기라고 입을 모았다.
장현웅(66)씨는 "그 사람은 여기 이사온 지 얼마 안 되는 데다 농사를 안 지어서 자주 못 본다. 전에 무슨 일을 했는지도 모른다"면서 채씨에 대해 말하기가 어렵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주민은 "국보 1호에 불을 질렀다면 정말 무서운 사람이다. 입바른 소리도 잘 하던 사람이 어떻게 그랬는지.."라며 "동네 창피해서 앞으로 어떻게 다닐 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강화=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