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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공천 부적격 기준' 당규 손질하나

지도부 잇단 '예외' 언급…당 일각선 "벌써 오만"

한나라당이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공천심사에 들어갈 예정인 가운데 공천 부적격자 기준을 명시한 당규 문제로 한바탕 몸살을 앓을 것으로 보인다.

당규에 명시돼 있는 공천 부적격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공천심사 과정에서 물갈이론과 맞물려 잠재적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

현행 당규 9조에는 공천 부적격 기준을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재판을 계속 벌이고 있는 자, 파렴치한 범죄 전력자, 부정.비리에 연루된 자' 등으로 규정해놓고 있다.

이 조항은 한나라당이 지난해 4월 재.보궐 선거에서 패배한 뒤 당 쇄신 차원에서 마련한 것으로, 같은 해 7월 당 전국위원회에서 논란과 진통을 겪으면서 당규에 들어갔었다.

이 같은 공천 부적격자 조항이 새삼 부각되고 있는 것은 박근혜 전 대표 측의 좌장격인 김무성 최고위원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측 김덕룡 의원,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 등이 이 조항으로 인해 공천을 못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 최고위원은 1996년 수뢰 사건으로 2천만 원의 벌금형을, 김현철 씨는 1998년 한보비리 사건에 연루돼 조세포탈 혐의로 징역 2년형을 각각 선고받았다.

또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경선 당시 이 당선인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은 김덕룡 의원은 부인이 2006년 지방선거에서 공천헌금을 받아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바 있어 논란의 여지가 있다.

현재 당 내에서 공천 부적격자 조항이 너무 광범위하고 모호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소급기한에 대한 명확한 규정과 사면.복권된 사람에 대한 예외 조항을 따로 둬야한다는 주장이 계파에 상관없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김 최고위원의 경우 1996년 사건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았으나 사면·복권이 된 데다 지난 16~17대 총선에 잇따라 공천을 받았으며, 김현철씨도 1998년 사건으로 이미 사면·복권됐다는 점에서 예외 규정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강재섭 대표는 전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과거 야당 10년 하면서 정치공작·음해·탄압에 얽힌 사람의 경우, 비리 정치인은 공천을 불허한다는 당규에서 예외로 할 수 있다"며 당규 개정 또는 공천에서의 유연성을 시사했다.

강 대표의 한 측근은 "대표는 원칙을 무시하지는 않지만 '칼로 무 베듯이'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선거법 위반 중 벌금형 정도는 예외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안강민 공천심사위원장도 2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당규에 있는 이 조항은 모호한 측면이 많다"면서 "규정을 명확히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안 위원장의 이 같은 언급은 검찰 출신으로서 당규가 해석상 모호하다는 점을 지적한 원론적 발언으로 해석되지만, 명확한 의미를 담도록 당규를 손질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어서 주목된다.

그러나 이 같은 당규 정비 움직임에 대해 새 시대 새 정치를 바라는 국민적 여망을 거스르고 이른바 '차떼기 정당'에서 환골탈태하는 이미지에 역행하는 오만방자한 행위라며 엄격한 당규 적용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인명진 윤리위원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당규 논란과 관련, "당규의 공천 부적격자 조항은 새로운 공천심사 기준"이라며 "이는 소급입법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 공천심사 때부터 엄정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현재 당 윤리위에서는 부패로 기소되면 당원정지, 형 확정시에는 제명조치를 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이제와서 당규를 놓고 사족을 다는 것은 국민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익명을 요구한 당 핵심 당직자는 "모든 것은 당규대로 한다는 것이 원칙"이라며 "당규를 떠나서 조정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현행 당규에 따른 공천심사를 강조했다.

그는 당규 정비 가능성에 대해서도 "당규 개정은 공심위에서 할 수 없고 전국위나 상임전국위를 소집해야 한다"면서 "당규에 나와있는 조항에 대해서는 논의를 해보겠지만 당규를 고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한편 한나라당은 28일 최고위원회의와 공심위에서 공천 부적격자를 규정한 조항에 대한 논의를 벌일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논의 결과에 따라 당이 또 한차례 '갈등모드'로 접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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