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마치 연예계의 비화, 뒷이야기를 그릴 것처럼 생각하시는데 그거 아니거든요? 저희는 뒷이야기가 아니라 '앞이야기'를 그릴 겁니다(웃음)."
드라마 '파리의 연인' '프라하의 연인' '연인' 등 '연인' 시리즈를 잇따라 히트시키며 방송계 스타 콤비로 떠오른 김은숙 작가와 신우철 PD가 이번에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화제다.
두 사람은 내년 2월20일 첫 방송하는 SBS TV '온 에어'를 통해 TV 드라마판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리겠다고 의기투합했다. 드라마 작가와 PD, 매니지먼트사 사장과 톱스타가 주인공이다.
그동안 방송계나 연예계를 배경으로 한 작품은 '아름다운 날들' '순자' '인어아가씨' '스크린' 등 꽤 많았다. 그러나 새롭지 않다는 것. 그렇다면 이들 스타 콤비는 왜 '온 에어'를 기획하게 됐을까.
송윤아 이범수 박용하 김하늘이라는, TV 드라마에서는 좀처럼 한데 모이기 힘든 쟁쟁한 스타를 동시에 캐스팅하고 4일 첫 대본 연습을 한 김 작가와 신 PD에게 드라마 기획 의도를 물었다.
둘은 이구동성으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내용의 방송계, 연예계 이야기가 될 것이고 드라마적으로 풍부한 재미가 느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까칠한' 작가·배우, '신출내기' PD, '고개 숙인' 매니저
신 PD는 "'연인' 시리즈에서 벗어나 뭔가 새로운 것을 해보려고 했고 요즘 트렌드에 따라 전문직 종사자 이야기를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무대를 어디로 할까 고민하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방송계, 그 중에서도 드라마판을 그리자고 김 작가와 의기투합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방송국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가 많이 나오긴 했지만 대부분 겉핥기식이었다"면서 "'온 에어'는 좀더 전문적이고 리얼하게 그릴 것이다. 매니지먼트사와 얽혀 돌아가는 드라마판의 이야기다"라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드라마 한 편을 만드는 과정에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얽히고 아주 많은 돈이 투입된다. 그 돈이 어떻게 쓰이고 그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며, 그 속에서 권력이 어떻게 행해지는지를 그릴 것"이라고 밝혔다.
드라마에서 송윤아는 A급 작가, 김하늘은 A급 스타를 각각 맡았다.
신 PD는 "두 여배우 모두 극중에서는 무척 '까칠한' 성격으로 그려진다. 자기 분야에서 정상을 달리는 사람들이라 자의식 강하고 결코 편하게 작업하기 힘든 캐릭터"라고 설명한 뒤 '까칠하다'는 단어를 강조하며 웃었다.
극중 방송작가 캐릭터에 대해 '까칠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김 작가는 "그래요? 그렇게 보이는구나"라며 의외라는 듯 웃었다.
"자기 분야에서 최고인 사람들이 부딪치다보니 서로 하나도 져줄 수가 없는 거죠. 하지만 그들은 반드시 그 드라마를 같이 모여서 해야 하는 상황이니 어렵게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겁니다."
극중 두 여자가 잘나가는 반면 이범수는 왕년에 목에 힘을 주고 다녔지만 이제는 몰락한 군소 매니지먼트사 사장을, 박용하는 처음으로 미니시리즈 드라마 연출을 맡은 신참 PD를 연기한다.
김 작가는 "못 나가는 매니지먼트사 사장과 이제 갓 연출자로 데뷔하는 PD가 치열하게 부딪치며 드라마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리얼하게 담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에피소드가 바탕…아무도 모르게 극화시킬 터
가장 잘 안다는 것은 그만큼 제약도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기검열을 하기 쉽기 때문. 또 앞으로도 계속 몸담을 방송계에 본의 아니게 해를 끼칠 수도 있다.
신 PD는 "우리가 잘 아는 이야기를 조금만 파보자는 생각이다. 기존 작품들에 비해서는 리얼함을 표방하고 있으니 이 '바닥'을 좀 까긴 까야 한다. 하지만 한계는 분명히 있다. 대본을 쓰다 보니 방송에 부적합한 내용이 아주 많았다. 너무 깊이 들어가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작가는 조금 다른 입장을 보였다. 기본적으로 현장을 충실히 반영하겠다는 것.
"현재 제일 고민이 되는 게 방송이 시작하면 각 에피소드가 누구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일 것 같아요. 실제 이야기를 많이 극화해 드라마에 반영할 계획이거든요. 극적으로 재구성한 이야기들이 등장하는 과정에서 시청자들이 많은 추측을 내놓으실 것 같아요. 하지만 에피소드별 실제 모델이 누구인지는 절대 모르실 겁니다. 절대 모르게 해야 하구요(웃음)."
'온 에어'는 20부작 한 편의 미니시리즈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담을 계획이다. 드라마 속 액자드라마의 기획단계에서부터 촬영, 첫 방송을 거쳐 마지막 방송까지 담긴다. 이 과정에서 김 작가-신 PD가 늘 해왔던 해외 로케이션도 펼쳐진다. 액자드라마가 대만 로케이션으로 촬영되는 것.
신 PD는 "관계자들이 치고받으며 싸우고 또 화해하면서 한 편의 드라마가 완성되는 과정이 재미있게 그려질 것이다. 다큐멘터리가 아니니 어느 정도 포장할 것은 포장하고 특히 초반에는 재미에 더 포인트를 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작가는 "톱을 달리는 네 명의 배우가 모두 주인공으로 합류해 굉장히 뿌듯하고 고맙다"면서 "드라마에서는 네 배우가 고루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게 될 것이며 그 과정에서 캐릭터와 내용의 수위 조절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