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영장이 기각돼 강동가톨릭병원에 '얼떨결에' 입원해 병원과 검찰을 오갔던 신정아 씨가 수사가 길어지면서 행동 반경을 서서히 넓혀가고 있다.
신 씨는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지 않은 28일 그동안 머물렀던 병원에서 벗어나 서울 서초동 정곡빌딩에 있는 박종록 변호사의 사무실로 자리를 옮겨 하루종일 구속영장 재청구 등에 대비해 대책을 숙의했다.
신 씨가 병원과 서울서부지검 청사가 아닌 제3의 장소에 나타난 모습이 외부에 노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신 씨는 이날 오전 11시 20분께 청바지와 점퍼를 입고 얇은 상자와 서류가 든 쇼핑백을 들고 홀로 병실에서 나와 박 변호사 측이 제공한 차량을 타고 낮 12시께 박 변호사 사무실에 도착했으며 함께 근처 중식당에서 점심식사를 시켜먹은 뒤 향후 검찰 조사 등에 대비했다.
박 변호사 사무실은 지난 10일 청와대에 사표를 낸 뒤 행적이 묘연했던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사흘 만에 모습을 드러냈던 김영진 변호사 사무실의 바로 옆 방.
오후 2시께 화장실에 가기 위해 잠깐 사무실 밖에 나타난 신 씨는 기자의 질문에 대꾸조차 하지 않았고 3시 40분께 논의를 끝낸 뒤에는 도착할 때 모습 그대로 서류 상자 등을 들고 박 변호사를 사무실에 남겨둔 채 박 변호사 측이 제공한 차량을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신 씨 측은 이날 언론에 의해 부각되거나 제기된 새로운 혐의나 의혹에 대한 입장 정리 뿐 아니라 검찰이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경우에 대비한 영장실질심사 신청 여부 등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검찰이 변 실장이 신 씨에게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거액을 물어준다'는 등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각서 2장을 확보했다는 보도 등에 대한 향후 검찰 조사 등에도 대비한 것으로 관측된다.
신 씨는 전날 저녁 때도 검찰 조사를 마친 뒤 이곳에 들러 몇시간 머무른 것으로 알려졌지만 변 전 실장 측과 만났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신 씨는 앞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첫 소환 조사를 받은 20일 오후 8시 검찰청사를 나온 뒤 자정이 지나서야 병원에 도착해 '혹시 잠적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으나 '친척집에 다녀왔다'고 밝혔고 이후에도 검찰 출발과 병원 도착 시간 사이에 '빈 시간'이 점점 늘어나 변 전 실장 측과 '말 맞추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으나 박 변호사는 '드라이브를 했다'는 등으로만 해명했다.
이에 대해 병원과 병실이 언론에 너무 노출돼 있고 보안이 철저하지 못해 좀 더 대책 숙의가 쉬운 변호사 사무실 등 제3의 장소를 택했을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옆 사무실에 있는 변 전 실장측과 대응책 등을 숙의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낳고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