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교통사고 가해자가 사고현장을 벗어났더라도 피해자의 상처가 가볍다면 뺑소니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어떤 상황이었는지 자세한 내용을 좀 봐야겠습니다.
김정인 기자입니다.
<기자>
재작년 11월 배모 씨는 주택가 골목길에서 앞차가 과속방지턱을 지나면서 속도를 줄이는 것을 보지 못해 접촉 사고를 냈습니다.
배씨는 간단한 사고라고 판단했지만 피해자는 사고의 충격이 크다고 주장했습니다.
급기야 두 사람은 격한 말다툼을 벌였습니다.
배 씨는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피해자에게 "신고할테면 하라"는 말을 남긴 채 현장을 떠났습니다.
검찰은 뺑소니 혐의를 적용해 배 씨를 재판에 넘겼습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뺑소니로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해자는 허리 부상으로 전치 2주 진단이 나왔고 1주일 정도 약을 먹고 나았는데, 이 정도라면 굳이 가해자가 현장에 남아 피해자를 돌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배 씨가 사고 수습을 위해 일단 차를 세웠다는 점도 고려됐습니다.
[박현화/변호사 : 과거 대법원의 태도와는 달리 최근에는 피해자를 현장에서 구호조치 할 필요성을 엄격하게 해석해서 피고인의 인권 보호에 만전을 기하는 판결이라고 할 것입니다.]
최근 뺑소니 성립 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법원의 판결 추세에 따라 가벼운 접촉사고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뺑소니 시비도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