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협상관련 특보출연으로 며칠 밤을 꼬박 새다시피해서 이제야 글을 쓰는군요.
1. 중간수준의 타결?
이번 협상결과를 두고 낮은 수준이냐 높은 수준이냐, 중간 수준이냐라며 평가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커틀러 미 협상단 수석대표는 A플러스를, 김종훈 우리측 수석대표는 '수'를 주고 싶다고 하던데요.
협상단의 마음이야 그렇겠지만 엇갈리게 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런 평가는 어떤 기준에 따라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입니다.
얼마나 시장을 열었냐, 즉 자유무역, 이라는 FTA 본질적 측면에서 보면 미국이 100% 품목에서 우리는 99% 품목에서 열었으니까 높은 수준의 협상이죠.
하지만 얼마나 우리에게 당장 이익이 됐느냐로 평가하면 좀 달라집니다.
우리가 얻은 것이 미래에 대한 가능성이라면, 미국은 당장 손에 잡히는 이득을 얻어다고 봐야합니다.
왜냐하면 미국은 의약품이나 쇠고기처럼 앞도적인 우위에 있는 상품의 시장을 당장 확대했거든요. 의약품의 경우 정부 추산으로도 최대 1조원의 피해가 예상됩니다. 그만큼 미국이 이익을 당장 챙기는 겁니다.
쇠고기도 단계적 관세철폐를 고려해도 최소한 9억달러 이상을 미국이 수출할 것으로 보입니다. 광우병 파동으로 수입이 중단됐던 지난 2003년 미국은 40%라는 높은 관세에서도 8억 5천만 달러어치 쇠고기를 수출했습니다. 미국이 우리나라에 판 자동차 수출액보다 9배 많은 규모입니다.
이번 합의에는 관세율이 매년 더 낮아지기때문에 미국의 쇠고기 수출액은 더 늘어나는 셈이죠.
반면에 우리가 당장 실익을 얻을 수 있는 섬유분야 협상결과는 아쉽습니다. 섬유는 우리가 관세철폐로 당장 이익을 볼 수 있는 품목입니다. 흔히 섬유라고 하지만 가죽, 모자 등이 다 포함된 건데요.
우리측은 대미 수입액의 100%를 최장 5년 내에 관세철폐를 해 달라고 요구해 왔습니다. 이럴경우 2억 달러 이상 수출액이 늘어난다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분석도 있죠.
하지만 타결된 안을 보면 대미수입액의 61%만을 관세철폐 하도록 했고 가장 민감한 원산지 예외규정 완화 품목 숫자가 5개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여성 재킷이나 남성셔츠 등은 혜택을 보겠지만 주로 중국산 원사를 사다 미국에 완제품을 수출하는 업체들은 이번 FTA로 별 혜택을 보지 못하죠.
원산지 예외규정이라는 것은 섬유시장에 대한 미국의 대표적인 비관세장벽이었는데 거의 허물지 못했습니다.우리에게 쌀이 그렇듯이 섬유가 미국에게 민감하기때문에 우리가 물러선 부분입니다.
자동차는 아반테나 프라이드처럼 3천CC 이하 승용차의 경우 2.5%의 관세를 철폐한 만큼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생기게 됩니다.
다만 일본차와의 경쟁에서 이겨야 그 혜택을 볼 수 있죠.
이번 한미 FTA는 우리가 맺은 어떤 FTA보다 많은 품목에서 관세를 철폐하거나 연기했습니다.
그만큼 앞으로 우리 기업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선 도태될 수도, 성장 할 수도 있다고 봐야됩니다.
위기와 기회가 같이 있는 셈입니다.
2. 서비스,무역구제, 개성공단은?
서비스 시장이나 무역구제, 개성공단은 우리가 협상하는 동안 미국과 FTA를 해야하는 이유로 들었고 꼭 얻어야하는 분야로 설명했던 것들입니다.
서비스 산업의 경우 우리 사회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었는데 차질이 있어보입니다. 기득권의 저항으로 거의 개방을 못해서 조금 자극을 준 정도로 봐야할 것입니다.
개성공단은 오히려 가능성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입니다.
남북이 역외가공지역위원회에서 가공 공단 지역을 선정하면 한미 FTA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는데요.
굳이 개성이 아니라 신의주가 될 수도 있고 평양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북핵문제가 진전이 되고 북한의 노동환경 해결돼야하는 조건은 있습니다.
우리 대미수출 업체들이 가장 불만을 가졌던 미국의 악명높은 반덤핑 같은 무역구제에 대해선 실질적인 진전을 못 얻었습니다.
한미 FTA로 우리 대미 수출이 늘더라도 미국 업체들이 정부를 부추겨 이 무역구제를 발동하면 우리 업체들은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는데 이 부분에 대한 개선이 별로 없습니다.
미국 법을 바꿔야하는데 미 의회가 용납을 안 했기때문인데요.
결국 양국이 위원회를 만들어서 우리 업체에 대한 반덤핑 조사 개시 전에 협의하는 절차를 갖도록 했습니다.
얼마나 도움이 될 지는 지켜봐야할 것 같은데 그리 큰 도움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3. 한미 FTA의 경제외적인 이익은?
경제외적인 효과도 있습니다. 우선 국민들이 보다 싼 값에 쇠고기나 오렌지, 미국산 자동차 등을 살 수 있습니다. 재경부는 천억원 이상의 소비자 후생 복지 증진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더군요.
또, 개방으로 인한 경쟁으로 경제 시스템이 지금보다 선진화되는 효과도 일부 있을 것입니다. 대외신인도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외교적으로 한미 우호관계가 보다 증진되는 효과가 있을 겁니다. 이렇게 되면 지금 다소 교착국면에 접어든 북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죠.
질문 4) 당장 위기를 맞게 되는 직업이나 업종도 생겨날 수 밖에 없지 않습니까?
4. 피해가 예상되는 업종은?
물가는 싸지지만 어려워 지는 사람들이 나오게 됩니다. 농민이나 축산업자들은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죠.
경쟁력이 약한 중소기업,특히 금속이나 기계 정비 업종 역시 피해가 불가피해 보입니다.
문화 산업이나 영화, 방송 분야 종사자들도 혹독한 경쟁을 해야됩니다.단기간에 미국과의 격차를 따라 잡기가 어렵기때문인데요. 이때문에 문화적 파급 효과라든지 공익성 부분에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복제약을 주로 생산해 온 국내 제약 업계들도 갈수록 구조조정이 불가피 해 지는 상황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5년 뒤 우리 사회의 모습이 이 한미 FTA로 어떻게 바뀔 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정치는 생물이라고 하던데 이 한미 FTA도 생물로 봐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