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2년전부터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실제 저자가 누구인지를 둘러싸고 큰 논란이 벌어졌던 이른바 '추한 한국인'이라는 책을 시청자 여러분은 기억하실 것입니다. 저희 서울방송이 지난 2년동안 집요하게 이 책의 저자를 추적 취재한 결과, 일본의 우익지식인이 한국인을 이용해서 이 책을 펴낸 것으로 밝혀냈습니다.
일본인들은 이 책이 한국인임을 부끄러워하는 재일한국인에 의해 쓰여졌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오늘 SBS 뉴스 2000은 추한 한국인의 진상을 세 특파원의 보도를 통해서 시청자 여러분께 폭로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일본인에게 이용당한 한국인의 증언을 도쿄에서 김성우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리포트>
'박태혁을 찾아라.' 추한 한국인을 펴낸 광문사라는 출판사와 가세라는 일본의 우익인사는 저자 박태혁은 실제로 존재하는 한국인이며 안전문제 때문에 가명을 쓴 것이라고 주장해왔습니다. 그들은 박태혁과의 여러차례 토론 제의와 면담요청을 거부해왔습니다.
그러면서 그들은 저희 서울방송과 일본 기자들에게 원고의 일부를 보여주면서, 그 원고는 박태혁이 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간접적인 방법으로 박태혁이라는 사람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과시하려는 의도였습니다.
저희 취재진은 바로 그 원고를 토대로 추적 취재를 시작한 결과, 그 원고를 쓴 한국인을 찾아냈습니다.
2년여에 걸친 설득과 주변정황 수집노력을 계속한 끝에, 그는 최근 추한 한국인의 출판경위에 대해서 입을 열었습니다. 바로 자신은 가세 등 일본의 우익인사들에게 한국문화 등에 대한 강의와 기본적인 자료를 제공했을 뿐이며, 이것이 자신의 얘기와는 달리 출판됐다고 말했습니다.
(책 출판 경위를 설명하는 한국인 모씨, 4월 19일)
"(일제의 철도부설은) 농촌을 보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청나라와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게 아니냐. 그런데 그 나온 책은 전체가 그게 아니더라구...가세가 나를 사기했습니다."
즉 자신이 가세 등에게 몇차례에 걸쳐 써준 번역 원고 등이 자신의 동의없이 멋대로 개작돼서 추한 한국인이라는 이름의 책으로 출간됐다는 것입니다.
이 한국인은 결국 박태혁이라는 이름과 출판사인 광문사 측과 계약서가 작성됐지만 자신은 박태혁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이른바 협력자로서 가세로부터 몇차례에 걸쳐서 300만엔 정도의 돈과 비자발급 등의 편의 제공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억울하기 짝이 없고, 받은 돈은 아마 전체가 300만엔을 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책을 그렇게 많이 팔아먹었어요. 가세가 2천만엔 이상 번거지요."
그는 또 저자를 둘러싼 논란이 거듭되자 가세 등은 자신이 박태혁으로 나서주면 일본에서 편안한 생활을 보장해주겠다면서 회유했다고 밝혔습니다.
"만약 당신이 박태혁으로 나서주면 한국에서 당신 쫓아낼 사람 없게 해줄테니, 당신은 삿포로나 오키나와로 강의 안 다니는 데가 없을 거라고 하데요. 막 불려다닐 거라고 했습니다."
저희 서울방송은 2년여에 걸친 추적취재 결과와 이 한국인의 진술을 종합할 때, 이 사람은 일본인에게 이용당한 피해자라는 점, 그리고 지금은 저희들에게 이런 사실을 알려주었다는 점 때문에 신변안전에 위협을 받고 있다는, 그런 상황을 감안해서 이 사람의 얼굴과 목소리 이름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도쿄에서 SBS 김성웁니다.
※ 본 기사는 SBS 1995년 4월 22일에 방송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