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새로 나오는 만 원과 천 원짜리 지폐를 남들보다 먼저 구하려고 한겨울 한뎃잠을 자청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발행 일련번호가 빠른, 그래서 나중에 돈이 될 만한 지폐를 구하겠다는 일념에서 입니다.
정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한국은행 별관 앞에 사람들이 자리 잡기 시작한 건 그제(18일) 밤과 어제 새벽 사이.
그렇게 춥지는 않은 날씨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차디찬 콘크리트 바닥.
골판지나 담요 따위로 대충 냉기를 피하면서 하나 둘씩 잠을 청합니다.
텐트라도 있으면 그나마 다행.
비닐로 만든 간이 주택도 등장했습니다.
시간을 보내는 데 카드놀이만한 게 없다는 이들도 있습니다.
오로지 일련번호가 희귀한 새 지폐를 얻겠다는 일념에서 겨울날 한뎃잠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경상도에서 왔어요. (일련번호)AAA 타기 위해 온 거예요. 제일 앞에 줄 서도 지방엔 AJ 이렇게 시작해 성질나서 올라온 거죠.]
혼란을 막기 위해 온 순서대로 번호표를 나눠준 게 지금까지 1백85번.
구역별로 팀장과 반장까지 정했습니다.
[강의태/1-50번 반장 : 새치기가 지금 많습니다. 내부분열이 일어날까봐 그래서 조직위원회 같은 걸 만든거죠. 한 마디로 작은 나라라고 보시면 됩니다.]
혹시 사고라도 나지 않을까, 한국은행 측은 걱정입니다.
[이용선/한국은행 화폐수급팀장 : 밤새는 모습이 걱정되니 어떻게 지내시나 보고 필요한 건 없는가...]
만 원과 천 원짜리 새 지폐가 나오는 모레 월요일 아침 9시 반까지 이 유난스러운 노숙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