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수도 이전 논란은 이제 국론분열 양상을 띄면서 극단적인 정치싸움으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왜 이 지경에 이르게 됐는지, 박병일 기자가 짚어 봤습니다.
<기자>
지난해 말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법이 통과된 이후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뜨겁게 제기된 것은 총선 이후 국민투표론이 불거지면서부터입니다.
[김안제/신행정수도 건설추진위원장 : 과반수 국민투표의 찬을 얻으면 힘이 실린다. 차기정부에서 이것을 함부로 못한다.]
취임 1년안에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 때 발언을 상기시키며 야당이 포문을 열었습니다.
[김덕룡/한나라당 원내대표 : 스스로 국민투표를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국회 야당에 책임을 미루는 저의가 무엇인지...]
여론도 움직였습니다.
지난달 중반부터 반대 여론이 많아지면서 찬성 여론과의 격차가 10% 포인트 이상씩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여권은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 정치적인 것입니다. 저는 이것을 대통령에 대한 불신임 운동 내지 퇴진운동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더 이상 밀리다가는 정국 주도권까지 잃을 수 있다는 게 초강수를 던진 배경으로 꼽힙니다.
그러나 반대편을 포용하려 하기 보다는 내 편, 네 편을 구별짓는 것은 여권답지 못하다는 비판을 낳고 있습니다.
[천정배/열린우리당 원내대표 : 지역주의 색채가 깔려 있습니다. 수도권의 부유층, 상류층의 기득권 보호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야당은 특별법에도 찬성, 총선 때도 찬성, 그러더니 이제는 당시에 찬성한 것을 사과했습니다.
여당이 들어줄 리 없는 국회특위 구성을 주장하면서 말도 못하게 한다고 목소리를 높힙니다.
[박근혜/한나라당 대표 : 정권퇴진 운동이다, 대통령 불인정이다 하고 몰아부쳐서 국민들이 아예 말도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공식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도 정하지 못했습니다.
특별법을 폐기하자고 얘기도 못꺼냅니다. 충청도 표도 두렵고 국민투표 결과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여야의 극한적 대결은 앞으로 어떻게 조절돼야 할 것인가.
우선, 경위야 어떻든 헌법재판소의 결론이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흠집내기 정쟁을 중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는 국민적 동의 과정을 어떤 형태로든 밟을 필요가 있습니다.
여론조사 결과 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하는 이유로 합의 과정의 미비를 꼽는 의견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행정수도 이전은 싸워서 해결할 문제가 아닐 뿐더러 힘을 합쳐도 성공하기 힘든 대역사라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