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9.11 테러 당시, 세계 최고라고 자부했던 미국의 방위력은 참담하게 무너졌습니다. 당시 군과 당국이 모두 허둥대다가 때를 놓치는 상황을 생생하게보여주는 무선 교신이 공개됐습니다.
워싱턴, 김성준 특파원입니다.
<기자>
2001년 9월 11일 아침 8시 24분.
보스턴 관제소가 아메리칸 항공 11편 여객기의 피랍사실을 처음 포착했습니다.
[납치범 육성녹음 : 움직이지 마라, 움직이면 위험하다. 조용히해라.]
곧바로 공군을 찾았지만 무려 13분이 지나서야 연결됐습니다.
[보스턴 관제소 : 여객기가 납치돼 뉴욕으로 가고 있다.]
[미 공군 북동부 방공관제소 : 실제인가 연습인가?]
[보스턴 관제소 : 연습이 아니다.]
공군은 9분 뒤에 F-15 편대를 출격시켰지만 전투기가 뜨기도 전에 여객기는 세계무역센터에 충돌했습니다.
워싱턴 북쪽에서 날아가서 미 국방부에 충돌한 아메리칸 항공 77편의 경우 공군은 엉뚱한 동쪽 상공을 헤매다가 요격 기회를 놓쳤습니다.
이렇게 여객기 석 대가 뉴욕과 워싱턴에 추락한 뒤에야 백악관의 격추명령이 떨어졌습니다.
[미 공군 북동부 방공 관제소 : 부통령이 그들의 진로를 차단하고 격추시키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이때도 납치된 네 번째 여객기는 이미 펜실베니아 벌판에 추락해 있었습니다.
정부와 군 당국이 테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 했다는 사실이 잇따라 밝혀지면서 부시가 내세운 안보 대통령의 이미지도 갈수록 훼손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