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며칠 전 국군유해 발굴현장에서 발견된 흑백사진의 주인공이 확인되고 가족들도 나타났습니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주인공들이 지금도 우리 주위에 너무나 많습니다.
테마 기획, 장세만 기자가 전합니다.
<기자>
조심스런 발굴단의 손길과 함께 50여년의 긴 잠에서 깨어나는 전쟁 원혼들.
이름조차 확인할 길 없는 유골들 사이에서, 비닐봉투에 담긴 빛바랜 흑백 사진 한 장이 발견된 것은 지난 3일.
사진의 주인을 찾는다는 보도와 함께 하루만에 유족이 나타났습니다.
사진 속의 주인공은 지난 한국전 당시 부산에서 입대한 나영옥씨.
[나영일/동생 : 이 당시 이 옷차림이 사법고시 볼라고 입었던 옷차림이래요.]
헤어진 지 54년만에 처음으로 듣는 형의 소식.
이른 아침부터 유골 발굴현장으로 향하는 가족들의 마음이 급합니다.
싸늘한 유골함 속에 누워 있는 영옥씨의 모습에 형제들의 오열이 터집니다.
[어이구 왜 이제야 왔어.]
할머니가 돼버린 여동생은 누구보다 가슴이 아픕니다.
[나옥자/동생 : 오빠, 나 옥자야 옥자. 오빠가 제일 사랑했던 옥자야.]
지난 51년 1.4후퇴 무렵 중공군의 정월 대공세와 함께 치열한 공방이 오갔던 전투 현장.
영옥씨 역시 가평에서 벌어진 중공군과의 전투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진종록 대대장/육군 이기자 부대 : 나영옥 상병께서는 지금 보시는 이 지점에서 발굴된 곳입니다.]
8남매 중 살아있는 4명의 형제들, 지난 50여년 동안의 한을 털고 이제야 영옥씨를 저세상으로 보냅니다.
[편하게 훨훨 날아다니고 어머니와 아버지와 행복하게 하늘나라에서 사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