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90년대부터 한국 노동운동에서는 단병호라는 이름 석자가 빠진 적이 별로 없습니다. 민주노총위원장으로 노동운동의 최일선에 섰던 그가 이제 다시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갔습니다.
테마기획, 김유석 기자입니다.
<기자>
경기도 분당에 사는 이신애씨는 요즘 남편과 보내는 하루 하루가 신혼 때보다 더 즐겁습니다.
단병호 전 민주노총위원장. 바로 이신애씨의 남편입니다.
[이신애/단병호씨 부인 : 같이 있으니까 너무 좋아요. 멀리 떠났던 사람이 다시 돌아온 느낌이구요.]
지난 17년동안 한국 노동운동을 주도했던 단병호씨는 지난 주말 4년 6개월간의 민주노총 위원장 임기를 마치고 일선에서 물러났습니다.
[단병호/전 민주노총위원장 : 이제는 집사람이나 아이들에게 아빠로서 해줄 수 있는 일을 해야죠.]
소탈한 이웃집 아저씨같은 인상이지만 단병호씨가 걸어온 노동운동 외길을 구속과 수배, 단식으로 점철된 가시밭 길 그 자체였습니다.
구속과 수배 기간만 8년 5개월. 그동안 혼자서 가정을 꾸리다시피한 아내에게는 고마운 마음뿐입니다.
[단병호 : 워낙 못해서 미안하고...얼마나 힘들었겠어요.]
외대법대 3학년인 딸과 고 3수험생인 아들이 흔들림없이 자라준데는 대견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합니다.
[단병호 : 이제는 아빠가 점수좀 따볼께...]
하지만 당장은 생계 걱정이 먼저입니다.
위원장에서 물러나면서 받은 돈은 월급 150만원과 퇴직금 천만원이 전부. 현재 부인이 슈퍼마켓에서 두 평 남짓한 야채 코너를 운영해 가족 생계를 떠맡고 있습니다.
노동계에는 대표적인 투사로, 사용자측에는 가장 경원하는 인물로 인식됐던 단병호씨.
노동운동에 일생을 던진 지난 세월을 후회하지않는다면서도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단병호 : 내 인생에서 가장 성공한 일은 이 사람을 만나서 살아온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