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 기업인이 3백억 원 상당의 공장부지를 공원으로 만들어 달라며 관할시에 기증했습니다. 공장을 돌리며 이웃 주민들에게 피해를 줬던 만큼 이런 식으로 빚을 갚는게 당연하다고 통크게 말하는 사람, 우리사회에선 정말 흔치 않은 기업인입니다.
테마기획, 임상범 기자입니다.
<기자>
경기도 안양에 제지공장이 들어선 것은 지난 61년, 그 뒤로 43년간 공장은 하루도 쉼없이 새하얀 종이를 뽑아 냈습니다.
요즘도 하루 120톤의 인쇄용지를 생산해 내는 공장은 다다음달이면 문을 닫습니다. 이 회사의 전재준 회장이 공장을 지방으로 옮기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공장 시설이 낡기도 했지만 도심으로 변한 이곳에 더 이상 굴뚝을 놔둘 수 없다는 생각에서입니다.
사업으로 자신은 큰 돈을 벌지만 공장에서 나오는 먼지며 소음에 시달리는 주민들에게 항상 죄스러웠습니다.
빚 갚을 방법을 찾던 전 회장은 4천6백 평이 넘는 공장부지를 안양시민들에게 돌려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300억 원이 넘는 큰 재산이지만 자신의 몫은 아니라고 주저없이 말합니다.
{전재준 회장 : 그 주위가 시민들이 오셔서 나를 키워준 거나 다름없는 거지. 나는 가만히 공장만 운영하고 있었으니까...}
안양시도 전 회장의 뜻을 받들어 공장부지를 공원으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전재준 회장 : 실수도 하고 또 뭔가 도와드릴 게 있으면 도와드리겠습니다.}
수익 올리기에만 급급해 사회적 책임에는 인색하기만 한 이 시대의 기업들. 노 경영자의 넉넉하고 올곧은 마음 씀씀이가 더욱 돋보이는 이유입니다.
{전재준 회장 : 운이 좋아서 생긴 재산이니까 이건 원 위치로 돌아가는게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