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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떠나는 그날까지...

<8뉴스>

<앵커>

근래 들어 병의 치료보다 환자의 고통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어떻게 사느냐 못지 않게 어떻게 죽느냐는 것도 중요하다는 겁니다.

테마기획 오늘은 정하석 기자가 호스피스 병동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 봤습니다.

<기자>

서울 강남 성모병원의 호스피스 병동.

이곳은 현대 의학도 치료의 한계를 맞닥뜨린 말기 환자들이 머무는 곳입니다.

이들에게 더 이상의 치료는 무의미한 상태입니다.

다만 통증을 완화시켜주기 위한 주사와 정신적 위로를 위한 따스한 말 한마디 그리고 죽음을 맞는 경건한 준비가 있을 뿐입니다.

의료진의 정기회진 시간.

(정극규/완화의학과 의사)
"안녕하세요. 오늘 기분이 좋으시네요? 아들 오시면 좋겠네. 아들이랑 무슨 얘기하실 거예요?"

병간호에 지친 가족들을 위로하는 것도 의료진의 몫입니다.

(담당의사)
"지금 제일 중요한 것은 아주머니가 옆에서 지켜주는 거에요. 그렇죠? 지금 다른 생각은 하지마시고..."

이곳을 찾는 중환자들은 초기에는 대부분 자신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하는 부정과 분노의 단계에서 번빈합니다.

하지만 점차 우울과 타협의 단계를 거쳐 결국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삶을 정리하는 단계에 다다릅니다.

(안봉희/69, 말기암환자)
"이제는 고통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나는 준비 다 돼 있어요. 절망이 없어요, 희망적이지."

(정보인/환자가족)
"저는 숨기는 게 전부가 아닌 것 같아요. 자기가 받아들일 거 받아들여서 대처하는 게 훨씬 시간도 절약되고 서로가 덜 슬플 것 같아요, 그게 오히려."

말기 암환자인 어머니와 5년 동안 병간호를 해 온 딸은 이제 닥쳐온 현실을 담담하게 수용합니다.

삶의 벼랑 끝에 서 있는 사람들.

그들의 고통과 소외감을 어루만져 주는 호스피스.

현대 의학마저 포기한 환자를 바라보면서 늘상 인간의 존엄성을 되 새기는 성찰의 시간을 갖습니다.

(정극규/완화의학과 의사)
"덩어리를 치료 하는 게 아니예요. 사람을 치료하는 거지. 사람은 죽는데 덩어리 절반 됐다 이게 무슨 큰 의미가 있습니까? 질병을 보지 말고 환자를 하나의 인간 전체를 봐야 됩니다."

이곳에서 죽음을 맞는 환자는 1년에 평균 200여 명 선.

삶을 마감하는 모습은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것을 깨우쳐 줍니다.

(서은경/자원봉사자)
"저희가 그 분들한테 해 줄 수 있는 건 없고 그분들이 저희한테 주시는 게 많다고 생각을 해요.
그리고 마지막까지 어떻게 살아야 된다는 그런 느낌..."

죽음이 인간의 숙명이라면 그 숙명을 인간답게 맞아들일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도 복지의 틀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이곳 호스피스 병동은 전해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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