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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양심 휴게소

◎앵커:주인도, 가격표도 없는 휴게소가 있습니다. 알아서 돈을 내고 없으면 그만입니다. 각박한 세상살이에 지친 마음까지 쉬어가는 곳, 테마기획 남달구 기자입니다.

○기자:경북 구미시 산동면의 도로변. 지나는 행인들을 위한 쉼터가 있습니다. 옛 냄새가 물씬 나는 장식품이 눈길을 끕니다. 간단한 음료와 스낵을 파는 일종의 휴게소입니다. 담도 문도 없이 열려 있습니다.

한쪽 편에 놓인 냉장고에서 일행 6명이 맥주와 음료수를 꺼내 마십니다. 가격표도 없고 돈을 받는 사람도 없습니다. 각자 알아서 냉장고 옆에 있는 항아리에 돈을 넣으면 됩니다. 돈이 없으면 그냥 가면 됩니다. 한쪽 구석에는 차가 마련돼 있습니다. 커피든 녹차든 원하는 대로 마실 수 있습니다. 무료입니다.

이 쉼터의 이름은 무인주막. 평생 농사만 지어온 박계수 씨가 만들었습니다. 각박한 세상 인심에 무언가 한마디를 던지고 싶어서입니다.

<박계수(무인주막) "저희집에 오셔서 뭔가 느끼고 갔으면 합니다. 양심이라든가..가족끼리 와서 양심같은걸 느끼게되면 사회에 보람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지나는 길에 무인주막에 들르는 사람은 하루 4-50명. 항아리에 5-6만원 정도가 어김없이 쌓입니다. 잠시 쉬어가는 자리지만 들러가는 사람마다 고마움을 남깁니다.

<김경민(경북 구미시) "와 보니까 옛날 그 촌에서 살아왔던 그런 소리라든가, 이런 거 이거 뭐라고 하지, 이런 것도 우리는 다 보고 컸거든요. 그러니까 다시 옛날 생각도 나고 그러네요.">

박씨는 곧 황토방도 만들어 무료 숙소로 제공할 계획입니다. 잊혀져 가는 시골마을의 옛 인정이 양심 휴게소로 다시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SBS 남달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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