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잇단 재해로 멍든 농심

<앵커>

장마가 임박해 가뭄 끝이 보인다고는 하지만 농민들의 시름은 그치질 않습니다.

지난 99년 수해로 온통 물에 잠긴데다 유난히 추웠던 지난 겨울 냉해에 이번 가뭄 피해까지 당한 경기도 연천군 농민들은 당장이라도 농사를 그만 두고 싶은 심정입니다.

이홍갑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5년 동안 정성스레 키운 배나무 가지를 잘라내는 농민 강승구씨.

유난히 추웠던 지난 겨울 냉해로 뿌리가 얼었던데다 이번 가뭄에 물을 제대로 주지 못해 다 말라 죽었습니다.

{강승구/연천군 농민}
"이게 열매로 힘을 가야하는데 다 죽어버려 가지고"

활짝 피어버린 장미를 보면 울화가 치밉니다.

하우스 시설비에 묘목값에 삼천만원이나 들었지만 타들어 가는 배추밭에 물을 대느라 제때에 출하를 못하고 다 버리게 생겼습니다.

{강승구/연천군 농민}
"일년 농사 물을 안푸면 말라 죽으니까 할 수 없이 아무 쪽이나 하나를 포기해야지"

강씨는 결국 올해 농사도 다 망쳤습니다.

{강승구/연천군 농민}
"지난 99년 수해때 입은 6천여 만원의 손해도 다 회복 못했는데.."

계속되는 피해에 이제는 다시 일어설 힘도 없습니다.

"농사구 뭐구 다 때려치고 막말로 막노동이라도 하는게 낫겠어요."

수해와 냉해, 가뭄이 잇따라 닥친 경기도 연천군에는 강씨와 같은 농민이 한둘이 아닙니다.

가뭄에 말라 바닥을 드러낸 차탄천은 바싹 타버린 농심을 대변합니다.

연거푸 계속된 재해를 복구하기 위해 빌렸던 돈은 고스란히 빚으로 남았습니다.

{김동우/연천군 농민}
"우선 농협에서 땡겨다 쓰고 또 갖다주고 내년에 대출받아 또 하고 이러다 끝나는 거지. 뭐 무슨 큰 대책이 있어?"

이번 주로 가뭄은 고비를 넘어선다고 하지만 곧이어 다가올 장마는 또 걱정입니다.

근심 가득한 마음으로 오늘도 가문 배추밭에 물을 대는 칠순 농민은 야속한 하늘도 대책없는 정부도 탓하지 않고 오로지 땅을 버리지 못했던 자신을 질책합니다.

"금년같은 해는 참 내 12번도 더 반성을 하는 거야. 진작 그만 둘 걸 하고..."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