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근안 씨 구속을 계기로 그 동안 숨죽인 채 눈물을 삼켜왔던 고문 피해자들의 성난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비인간적인 폭력의 증인인 이 들은 이 땅에서 고문은 사라져야 한다고 절규합 니다. 테마기획, 우상욱 기자입니다.
○기자: 16년 동안 고정간첩 혐의로 옥살이를 한 뒤 지난해 8 월 가석방된 69살 함주명 씨, 다리 실핏줄과 신 경이 파괴돼 늘 다리가 퉁퉁 붓고 저립니다. 악 몽에 시달리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자 체중이 반 으로 줄었습니다. 지난 83년, 치안본부 대공분실 에 끌려 가 이근안 씨에게 무려 43일 동안 모진 고문을 당한 후유증 때문입니다.
<함주명(고문 피해자): 물고문과 전기고문을 같 이 병행해 버리니까 그것은 뭐 인간이라고 할 수가 없어요.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는 그 생 각밖에 안 나더라고요.> 고문은 피해자 가족들에게도 씻을 수 없는 상처 로 남아 있습니다. 대학 시절 노동운동에 뛰어 든 최 동 씨는 지난 89년 국가보안법 위반혐의 로 조사를 받던 중 열흘 동안 잠을 못자게 하는 고문을 한 뒤 정신분열증세를 보였습니다.
<김병후 신경정신과(당시 최동씨 주치의): 당시 피해망상은 구치소 내의 물소리, 수돗물 소리가 나를 고문한다 이런 내용이었고, 그리고 내가 어디도 피할 수가 없다, 계속 쫓아다니기 때문 에 나는 도저히 살 수가 없다...> 결국 고문후유증을 이기지 못한 최 씨는 이듬해 8월 30살의 젊은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 니다. 어머니 김순옥 씨는 아들을 가슴에 묻은 지 채 두 달도 안돼 남편마저 홧병으로 떠나 보 내야 했습니다.
<김순옥(최동씨 어머니): 고문은 이 땅에서 사 라져야 됩니다. 치가 떨리죠.> 악몽의 세월을 살아온 고문 피해자들은 이근안 씨의 구속을 계기로 그 동안 숨겨졌던 고문 피 해자의 규모와 고문의 배후를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고 외칩니다. 그것만이 땅에서 참혹한 고문 을 몰아내는 길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SBS 우 상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