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5년 동안 시중은행들이 외국인에게 판매한 주택 청약 상품이 110만 건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청약 통장을 활용하기 어려운 외국인을 상대로, 은행들이 제대로 된 상품 설명도 생략한 채 실적 채우기에 급급했던 거 아니냐는 비판이 나옵니다.
고정현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필리핀 국적인 A 씨는 고등학생이던 3년 전 입시를 위해 잔액 증명서를 만들러 은행에 갔다가 덜컥 청약통장까지 개설하게 됐습니다.
[A 씨/필리핀 국적 : (은행원이) '이거 가입하면 좋아요'라고 그냥 어영부영 넘겨서…. 나중에 보니까 이제 핸드폰으로 확인하니까 청약(통장)이 돼 있었어요.]
월 2만 원이 자동 이체되고는 했는데, 친구와 얘기를 나누다 불필요한 상품이라는 생각이 뒤늦게 들어 해지했습니다.
[A 씨/필리핀 국적 : 이제 쓸모도 없고, 언니들이 '이거 있어도 너는 못 한다' 그 같은 외국인 언니들이 얘기해 줘서 (해지했습니다.)]
국내 체류 외국인을 돕는 한 시민단체는 이런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밝혔습니다.
[정유림/사단법인 노동인권회관 : 한국말도 서툴고 한국 물정에 대해서 (잘 모르는) 갓 몇 달 오신 분들도 많으신데, 청약이 무엇인지 모른 상태에서 청약통장을 가입한 사례들이….]
지난 2022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5대 시중은행의 외국인을 상대로 한 주택청약 상품의 판매량은 115만 건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 분양에 당첨된 경우는 90건에 불과했습니다.
당첨률이 낮은 것은 외국인 입장에서 청약통장은 무용지물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주민등록법상 외국인은 세대원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국민주택과 민영주택에 대한 특별공급의 신청 자격이 없고, 민영주택 일반공급에서도 '규제 지역 1순위'에 대해서는 신청이 불가능합니다.
'규제 지역 2순위 이하'나 '비규제 지역'에는 신청을 할 수 있기는 한데, 외국인에게는 가점 조건도 까다롭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 5년간 외국인들의 청약통장 중도 해지율은 50%에 육박하고 가입 후 1년 안에 해지한 경우도 27%에 달했습니다.
[박홍배/국회 정무위원 (민주당) : 사실상 실효성이 없는 상품을 고객에게 권유한 전형적인 불완전 판매이자 과당 경쟁의 결과입니다.]
은행들은 외국인이라 할지라도 예금 등 일반상품보다는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장점이 있기 때문에 상품 가입을 권유해 왔다는 입장입니다.
(영상취재 : 김학모·김용우, 영상편집 : 박선수, 디자인 : 이준호)
[단독] 외국인 청약통장?…쓸 수도 없는데 "가입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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