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가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건물주가 새 임차인에게 기존 월세의 3배 수준을 제시해 임대차 계약이 결렬되고 임차인 간 권리금 계약도 해제됐다면 임대인이 '현저히 고액의 차임'을 요구했다고 볼 수 있으므로 권리금 회수 기회를 방해했는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대법원이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임대인 A씨와 임차인 B씨 간 건물 인도 및 손해배상(반소) 청구 소송에서 지난달 원심판결의 반소 손해배상 부분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에 돌려보냈습니다.
임대인 A씨 소유 상가에서 임차인 B씨는 보증금 1억 원, 월 차임 600만 원으로 임대차 계약을 맺고 약국을 운영해 왔습니다.
A씨는 2023년 월 차임을 2,400만 원으로 올려달라고 요청했지만,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B씨에게 갱신 거절을 통지했습니다.
B씨는 신규 임차를 희망한 C씨와 권리금 22억 원에 권리금 계약을 맺었습니다.
하지만, 임대인 A씨가 C씨에게 보증금 5억 원, 월 차임 2천만 원을 제시하면서 임대차 계약은 결렬됐고, B씨와 C씨 간 권리금 계약도 해제됐습니다.
이후 A씨는 임대차 종료를 이유로 B씨를 상대로 건물 인도 청구 소송을 냈고, B씨는 A씨가 권리금 회수를 방해했다며 맞소송을 냈습니다.
쟁점은 A씨의 월 차임 요구가 상가임대차법상 '현저한 고액의 차임을 요구'한 것으로서 권리금 회수 기회를 방해한 행위로 볼 수 있는지였습니다.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등)는 임대인이 임대차 종료를 앞두고 임차인이 신규 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권리금 회수 기회 방해 행위 중 하나로 '조세·공과금, 주변 상가건물의 차임 및 보증금, 그 밖의 부담에 따른 금액에 비춰 현저히 고액의 차임과 보증금을 요구하는 행위'도 포함됩니다.
1·2심은 약국이 이른바 '문전약국'에 해당하고 월평균 조제료 수입이 1억 원(2023년 기준)에 이르는 점에 비춰 임대인이 요구한 차임을 현저히 고액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상가임대차법상 '현저히 고액' 여부를 판단할 때는 법 규정에서 정한 조세, 공과금, 주변 상가건물의 차임 및 보증금 외에도 "기존 임차인과의 차임 및 보증금과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에게 요구하는 차임 및 보증금의 차이, 상가건물의 시세 및 적정 차임, 거래 관행과 경제 상황 등도 고려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이어 "임대인이 요구하는 차임이 기존 차임에 비춰 현저히 고액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는 경우에는, 적정 차임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곧바로 임차인의 청구를 배척할 게 아니라 감정 등을 통해 요구액이 현저히 고액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임대인이 새 임차인에게 요구한 차임은 기존 차임의 약 333%에 달하고, 환산보증금은 357%에 달한다며 "이 정도의 차임 및 보증금 차이는 현저히 고액이라고 볼 여지가 많다"고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임대인은 별다른 협상의 여지도 두지 않아 이를 통해 B씨나 C씨에게 계약 체결을 단념하도록 했다"며 "이는 임차인이 영업을 통해 형성한 유·무형의 재산적 가치를 회수할 수 있도록 보장해 임차인을 보호하려는 상가임대차법의 입법취지를 잠탈하는 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으로서는 적정 차임 및 보증금을 심리한 다음 손해배상 청구권 발생 요건을 충족했는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원심 법원에 돌려보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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