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섬뜩한 경고에도…"아이 지우려고요" 여전히 찾는다

<앵커>

낙태죄에 대한 헌법 불합치 결정 이후 7년이 지나도록 임신 중단 약물은 허가되지 않고 있습니다. 입법 공백을 이유로 정부가 손 놓고 있는 사이, 여성들은 임신 중단을 위해 항암제로 쓰이는 주사까지 맞고 있습니다.

박하정 기자가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기도의 한 산부인과, 임신 중단 상담을 요구하자 두 가지 방법을 안내합니다.

[A 병원 관계자 : 저희가 수술, 그리고 주사약이 있어요. 주사로 하실 수 있는 건 아기집이 안 보여야 돼요.]

주사가 뭐냐고 묻자 메토트랙세이트, 즉 MTX 주사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백혈병 등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의 항암 주사로, 자궁 외 임신처럼 산모가 위험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해 약품 허가 목적 외로 처방돼 왔습니다.

[A 병원 관계자 : 85만 원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고요. 2번 주사 맞으실 거예요. 몸에 좋다, 안 좋다기보다는 면역력이 떨어지고. 어쨌든 좋은 세포도 죽이니까.]

자궁 외 임신이 아닌 데도 이 주사로 임신 중단을 해준다고 광고하는 산부인과도 있습니다.

[B 병원 관계자 : (자궁 외 임신에만 하는 거라고 해서, 그거 아니어도 가능한 거 맞나요?) 네, 초기에 수술 부담스러우신 분들은 많이 하세요.]

앞서 식약처는 이 주사가 태아 기형이나 난소기능부전 등 이상 반응을 나타낼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도 여성들이 이 주사를 선택지에 남겨 놓는 가장 큰 이유는 미프진 같은 임신 중단 약물이 식약처 허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2019년 낙태죄 처벌에 대한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이후 식약처는 몇 주 이상부터 약을 통한 임신 중단이 가능한지 법 개정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전 세계 101개 국가에서 허용된 임신 중단 약물을, 우리나라 여성들은 의사 진단과 처방도 없이 정품 확인을 못한 채 음지에서 사서 복용하고 있거나, 위험할 수 있는 항암 주사를 찾고 있는 겁니다.

[이재명 대통령 (지난 14일, 국무회의) : 법 밖에 방치하면서 정부는 책임을 모면하겠지만 국민들은 위험에 빠지는 거죠.]

관계 부처는 뒤늦게 실무 협의에 나섰는데, 국정과제에도 임신 중단 약물 도입이 명시된 만큼 신속하고 책임 있는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영상편집 : 윤태호, VJ : 신소영·오세관, 디자인 : 한흥수)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