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지맵 열풍
지난 18일 오후 1시쯤 마포구 한 백반집은 늦은 점심을 해결하려는 손님 5~6명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가정식 백반과 비빔밥 등을 8천 원에 파는 이곳은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인근 대학생들의 '성지'로 불립니다.
최근엔 한 끼 8천 원 이하 '가성비' 식당을 알려주는 이른바 '거지맵'에 등재되며 타지에서도 찾아오는 식당이 됐습니다.
쾌청한 날 씨에 경의선 숲길을 찾았다가 앱을 보고 방문했다는 성북구 주민 양 모(21) 씨는 "물가 부담이 주말이라고 없어지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저렴한데 반찬 가짓수도 많아 이 정도면 '혜자'"라고 치켜세웠습니다.
하지만 가게 주인 A 씨는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고 했습니다.
멈출 줄 모르는 식자재값 상승에 가격을 올리고 싶어도, 자칫 '가성비' 타이틀을 잃고 손님 발길이 끊길까 봐 전전긍긍하는 딜레마에 빠졌기 때문입니다.
A 씨는 "어쩔 수 없이 이달 초 전 메뉴 가격을 1천 원씩 올렸는데 며칠 전 한 손님이 '앱에서는 8천 원이라고 해서 왔는데 왜 9천 원이냐'고 묻더라"며 "반찬을 5개에서 4개로 줄이든, 미리 재료를 사 담글 수 있는 장아찌로 바꾸든 해야지 별수 있겠나"라고 푸념했습니다.
'거지맵'에 오른 인근의 다른 식당들도 상황은 매한가지입니다.
택시 기사들 사이에서 '가성비 맛집'으로 통하는 한 식당은 제육 비빔밥과 육개장을 6천 원에 팔고 있습니다.
이 가게 주인은 "소고기부터 콩나물, 상추, 쌀값까지 안 오른 게 없다"며 "그나마 나 혼자 운영하는 작은 식당이라 가격을 안 올리고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원래 밥이 두 공기까진 공짠데 쌀값이 지난해보다 20㎏짜리는 1만 원에서 1만 5천 원까지 올랐다"며 "언제까지 그렇게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근처에서 6천∼8천 원에 즉석우동과 짜장면 등을 파는 기사식당 주인 역시 "밀가루랑 달걀값이 20% 정도 올랐다"며 "직접 면을 뽑고 인건비를 아끼며 버티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이들의 눈물겨운 '버티기'가 언제까지 가능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식자재 가격의 고공 행진에 외식 물가 상승세가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 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지역 칼국수 1인분 평균 가격은 1만 38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 1만 원 선을 돌파했습니다.
서민들의 대표적 '한 끼' 메뉴인 김밥은 지난해 3월 3천600원에서 지난달 3천800원으로 5.5% 올라 상승률이 가장 가팔랐습니다.
같은 기간 비빔밥은 1만 1천385원에서 1만 1천615원으로 2.0%, 자장면은 7천500원에서 7천692원으로 2.6% 각각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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