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지법
"피고인은 신앙으로 참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그저 오랜 세월 그렇게 참고 지내온 게 현명했던 건지…"
17일 전주지법 형사11부 재판장인 김상곤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59·여)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면서 판결 전까지의 고뇌를 내비쳤습니다.
김 부장판사는 "재판부는 이번 사건이나 다른 유사한 가정폭력 사건을 보면서 매우 착잡한 심경을 금할 수 없다"고 어렵게 말문을 열었습니다.
그는 "피고인이 그때 다른 방법을 고려해 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에 아쉬운 마음이 든다"며 "요즘은 가정폭력을 신고하면 수사기관이 신속하게 대응하고 그 정도가 심하면 강제 치료까지 할 수 있는데…"라고 안타까워했습니다.
김 부장판사는 "(가정폭력을) 참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결국 남편도 졸지에 사망하고 본인은 살인범으로 여기에서 재판받고 있다"며 "이 모습을 보는 자녀들, 피해자인 남편의 가족들 그 누구에게도 원하지 않는 결과"라고 입술을 깨물었습니다.
A 씨는 지난 8월 6일 오후 11시 10분쯤 전주시 덕진구의 자택에서 전선으로 60대 남편의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이날 법정에 섰습니다.
남편은 당시 만취해 잠든 상태여서 A 씨의 공격에 저항하지 못했습니다.
김 부장판사는 이날 A 씨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범행에 이른 경위를 참작해 최대한 선처하겠다고 했습니다.
A 씨가 수십 년간 결혼생활을 하면서 알코올중독을 앓는 남편으로부터 모진 가정폭력을 당한 점을 재판부도 충분히 고려한다는 의미였습니다.
사건 이후 A 씨의 자녀는 물론이고 숨진 남편의 여동생까지 나서 "힘들게 살아온 피고인을 최대한 선처해달라"고 탄원한 것도 재판부의 이번 판단에 영향을 줬습니다.
김 부장판사는 "대법원 양형기준을 보면 이런 사건(살인)에 대해서는 최소 5년 이상의 형을 선고하게 돼 있다"면서도 "아무리 선처하더라도 이 정도의 형은 정해야 하므로 고심 끝에 선고한다"며 감경 요소를 최대한 적용해 A 씨에게 양형기준보다 1년 적은 징역 4년을 내렸습니다.
(사진=전주지법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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