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 인트로
00:41 자기 집처럼 들락날락... "선 넘은 관계였다"
01:45 나이키 티셔츠, 햄버거, 비빔면 소스까지…"교도관이 아니라 집사였다"
02:49 '독방 거래', 어떻게 가능했을까?
[영화 <프리즌> (2017) : 그 인간은 뭐예요 도대체? 한 마디로 제왕이지 제왕. 여긴 같은 빵잡이들 같이 보여도 급이 달라.]
죄를 짓고 반성하라고 구치소에 들여보냈더니, 바깥 세상과 별 다를 게 없었습니다. 햄버거도 먹을 수 있고 불닭처럼 매콤한 라면 소스도 수십, 수백 개 들일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나이키 로고가 박힌 티셔츠까지 몰래 입을 수 있었던 곳, 다름 아닌 서울구치소였습니다. 영화보다도 영화 같은 실제 상황. 공소장을 통해 비로소 낱낱이 드러난 서울구치소 독방거래 전모를 자세하게 전해드립니다.
1. 자기 집처럼 들락날락... "선 넘은 관계였다"
모든 건 정 모 교도관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정 교도관은 서울구치소에서 근무할 당시 몇몇 질 나쁜 조폭 출신 수용자들과 친분을 쌓았습니다. 심지어 수용자들이 출소한 다음에도 밖에서 종종 만나 밥을 먹을 정도였으니 꽤나 선 넘은 관계였던 거죠. 그렇게 친해진 조폭 수용자들은 구치소를 자기 집 드나들듯이 들락날락했고 나중엔 교도관이 조폭 수용자를 위해 각종 편의를 챙겨주는 매우 부적절한 관계로 이어진 겁니다. 각종 편의의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신입 수용자들은 짧으면 2~3일 길면 일주일 정도 면담, 절차 등을 거친 다음에 대부분 여러 사람이 함께 쓰는 혼거방에 배정이 됩니다. 그런데 정 교도관은 "혼자 방을 쓸 수 있는 독거방에 머물게 해달라"라는 조폭 수용자 측근의 청탁을 받고 식사 접대 등 1천만 원 넘는 뇌물을 받은 겁니다.
[ 식당 관계자 : 40(만 원) 정도 나왔던 걸로 기억을 하고요. 소고기 쪽으로 드셨으니까. 선물 세트 관련한 걸 하나를 사 갖고 가셨어요]
2. 나이키 티셔츠, 햄버거, 비빔면 소스까지.. "교도관이 아니라 집사였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다른 수용자와는 훨씬 더 본격적이고 지속적으로 청탁과 뇌물이 오갔는데요. 정 교도관은 캄보디아 도박 사이트 총책으로 붙잡혀 들어온 조폭 수용자 남 모 씨에게 나이키 반팔 티셔츠, 나이키 양말, 헬스 나시, 목폴라 긴팔, 언더아머 반팔 티셔츠, 햄버거, 불닭볶음면 소스, 라면볶이 소스, 팔도 비빔면 소스 등등을 들여왔습니다. 교도관에 대한 구치소 보안 검색은 상대적으로 느슨하다는 점을 이용해서 무려 9차례에 걸쳐 29개 사제 물건들을 가방이나 외투에 숨겨 들어갔고요. 야간 순찰 근무 중에 남 씨 혼자 머무는 독거실로 가서 몰래 물건들을 전달했습니다 과연 아무런 대가 없이 그랬겠습니까? 정 교도관도 많이 받았습니다. 부산에서
'호캉스' 비용 78만 원을 대신 결제 받기도 하고요 양주 9병과 한정판 운동화 5켤레를 받았습니다 현금 6200만 원 상당도 정 교도관 측으로 입금됐습니다.
3. '독방 거래',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럼 이 모든 게 도대체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메신저와 행동책이 있었습니다. 여기서부터 현직 변호사가 연루가 되는데요. 남 씨와 의뢰인-변호인 관계로 오랜 연을 이어온 조 모 변호사가 구치소 접견을 가면 이 수용자는 조 변호사를 통해 구체적인 청탁 내용을 쪽지로 전달을 합니다 "교도관 누구 형님 신발 선물 드리고 호캉스도 잡아줘라" 이런 내용이죠. 변호사가 청탁 쪽지를 남 씨 지인에게 건넸고 그는 소위 행동책 역할을 하면서 운동화나 양주 등 선물을 대신 구매해서 교도관 집 앞까지 찾아가 전달했습니다. 선물을 살 때 필요한 돈은 조 변호사가 남 씨 계좌를 통해서 행동책에게 입금해 준 것으로 조사가 됐고요. 뇌물과 대가를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한 이들의 관계는 2021년 10월부터 2025년 5월까지 무려 3년 반 넘게 이어집니다. 하지만 자신이 수임한 사건과 관련한 변호 업무가 아닌 현직 변호사가 이렇게 구치소 수용자의 사적인 심부름을 지속해왔다는 점도 오래전부터 제기됐던
'집사 변호사' 문제 전형이라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또 구치소 한복판에서 이런 비리가 버젓이 일어나는 동안 교정 당국은 경찰이 압수수색을 위해 들이닥치는 그 순간까지도 전혀 알지 못했고 교도관 한 사람의 일탈이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저희는 올해 7월부터 서울구치소 '독방 거래' 사건을 집요하게 추적하며 연속 보도해왔는데요. 최근 이
'독방 거래' 관련자 모두 경찰과 검찰 수사를 거쳐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사법정의의 최전선인 서울구치소에서 일어난 초유의 부정부패 사건 사법부의 엄중한 판단 지켜봐야겠습니다.
(취재 : 신정은, 구성 : 신희숙, 영상취재 : 강동철, 영상편집 : 김복형, 디자인 : 육도현, 제작 :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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