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불이 났을 때 빨리 끄려면 무엇보다 화재 현장에 소방 차량이 신속하게 접근하는 게 중요한데요. 전국에 무려 7만 세대가 소방차 진입이 어렵거나, 진입한 후에도 소방 활동 공간을 확보하기 힘든 걸로 나타났습니다. 학교 5곳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민경호 기자입니다.
<기자>
다닥다닥 붙은 건물들 사이로 시뻘건 불길이 치솟습니다.
소방차 진입이 쉽지 않자 진입로 확보를 위해 굴착기까지 동원됩니다.
지난 5월, 서울 중구의 한 상가 화재 현장에선 진입로 문제 등으로 진화에 13시간 가까이 걸렸습니다.
[김춘수/서울 중부소방서 소방행정과장 (지난 5월 28일) : 진입로가 협소하여 진화에 시간이 장시간 걸리고 있습니다.]
소방당국이 출동 경험을 토대로 자체 집계한 결과, 전국에 도로 폭이 좁거나 장애물 등 때문에 소방차가 진입하기 어려운 구간이 무려 406km나 됐습니다.
특히 그중 61km 구간은 진입이 아예 불가능했습니다.
진입이 어려운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7만 3천여 세대에 달했습니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아파트 단지로 출동한 소방 고가사다리차.
좁은 골목으로 조심스럽게 진입하지만, 결국 10m 남짓 가다 멈춰 섭니다.
[지금 차가 너무 길어서 (회전 반경이) 안 나와요.]
고가사다리차가 아파트 단지 안으로 최대한 진입한 상태입니다.
사다리 끝은 벌써 건물 처마에 닿아 있는 상태인데요.
반대쪽으로 오면 남은 공간이 거의 없어서 추가 진입이나 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그나마 공동주택은 지난 2021년부터 소방차 진입을 위한 도로 폭과 회전 반경 등의 확보가 의무화됐는데, 교육시설은 관련 규정조차 여전히 미비한 상태입니다.
충북 진천군의 한 초등학교.
건물과 건물을 잇는 구름다리가 소방차가 통과하기엔 너무 낮습니다.
그래서 학교 담장을 헐고, 우회로를 만들고 있습니다.
[김현우/충북 진천소방서 재난대응과 : 전고가 낮기 때문에 소방차 자체가 통행하기가 좀 어렵습니다. (높이가) 기본적으로 3m 이상은 돼야….]
[김성회/국회 행정안전위원 (더불어민주당) : 아이들이 모여 있는 교육시설 같은 경우에는 대형 참사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보고요, 진입로 등 관련 규정을 정비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초중고교는 전국에서 5곳이 파악된 상태인데, 전수 조사가 시급하단 지적입니다.
(영상취재 : 김남성·김용우, 영상편집 : 박춘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