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장애를 가진 아이를 둔 부모들에게는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있는 특수학교가 절실하지만, 지역 반대 여론에 부딪혀 학교 하나를 짓는 데에도 어려움이 많습니다. 8년 전에도 부모들이 단체로 무릎을 꿇고 호소한 끝에 특수학교 한 곳을 새로 지을 수 있었는데, 오늘 또 100명이 넘는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었습니다.
정성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제가 여기서 무릎 꿇고 애걸하겠습니다.]
150여 명의 장애 학생 학부모들이 끝내 무릎을 꿇었습니다.
서울 성동구 성진학교 설립안을 승인해, 아이들이 학교 다닐 수 있게 해 달란 호소입니다.
[김유미/특수학교 서울광진학교 학부모회장 : 장애를 갖고 세상에 온 우리 어여쁜 아이들에게 설움 주지 마라.]
성진학교는 지난해 2월 폐교한 옛 성수공고 자리에 추진되는 지체장애 학생 특수학교입니다.
지난달 말 서울시교육청 심의를 통과했고, 서울시의회 심의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역 반대 여론이 걸림돌입니다.
압박을 느낀 시의회가 설립을 보류할까, 학부모들은 걱정이 큽니다.
[황철규/서울시의원 (지난 6월 21일, 성진학교 설립 주민설명회) : (성진학교는) 덕수공고로 옮기고 성수공고는 우리 지역 주민들이 원하는 좋은 고등학교를 유치해 달라고 지금까지 제가 교육청과 싸우고 있습니다.]
특수학교 설립 때마다 장애 학생 부모들은 어김없이 편견의 벽을 마주합니다.
서울 강서구 서진학교는 '무릎 호소'로 여론이 바뀌고서야 가까스로 설립됐고, 중랑구 동진학교는 12년간 부지를 8차례나 옮긴 끝에 올 초, 겨우 첫 삽을 떴습니다.
개교가 10년이나 미뤄진 뒤였습니다.
[권숙/서울장애인부모연대 성동지회 : 여기서 저희가 물러서게 되면 저희도 10년이고, 20년이고 더 기다려야 될 수도 있거든요. 반드시 이번엔 (설립해야 합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8곳엔 특수학교가 1곳도 없고, 성진학교 같은 지체장애 학생 특수학교는 7개 구에만 있습니다.
학생 10명 중 1명은 매일 왕복 2시간이 넘는 원거리 통학을 감내해야 합니다.
[박정환/장애인 아버지 : 차 안에서 경기를 한 적도 있었어요. 다니면서 힘드니까.]
정근식 서울시 교육감은 무릎 꿇는 모습을 재현하게 돼 송구하다며 학교 설립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성진학교 설립안을 논의할 서울시의회 심의는 다음 달 9일로 예정돼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원배, 영상편집 : 정용화, 디자인 : 박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