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에서 바쁘게 움직였던 우리 협상단은 마지막 순간까지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이 이뤄질지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협상단을 만날 거란 글을 자신의 SNS에 올렸고, 이걸 보고 나서야 진짜라는 걸 실감했다는 겁니다.
급물살을 탄 이번 협상 과정을 워싱턴 김용태 특파원이 정리했습니다.
<기자>
한국 시간 오늘(31일) 새벽 0시, 미국 시간으론 수요일 오전 11시 구윤철 경제부총리 등 우리 협상단은 러트닉 미 상무장관을 만나 최종 조율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이때 러트닉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연락이 올 수도 있다고 미리 귀띔을 해줬습니다.
구 부총리는 언제 어떻게 만날지 확신이 없었는데, 한국 협상단을 만나겠다고 올린 트럼프 대통령의 SNS 글을 보고 면담 현실화를 실감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대표단은 오후 4시 반쯤 백악관에 도착했고 면담은 5시를 조금 넘겨 시작됐습니다.
백악관 주변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습니다.
협상이 3-40분 만에 끝나면서 결렬된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잠시 나왔지만, 6시 16분 트럼프는 SNS를 통해 전격적인 합의 소식을 전했습니다.
[구윤철/경제부총리 : 가슴 졸이며 결과를 기다려주시고 응원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협상단은 트럼프식 협상 스타일에 대비해 모의고사 치르듯 연습했으며 이해하기 쉽고 단순한 답변을 준비했다고 소개했습니다.
트럼프는 본인은 대통령이나 총리급이 아니면 직접 협상하지 않는데 장관급을 만난 건 한국을 중시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고 협상단은 전했습니다.
[구윤철/경제부총리 : 오늘 트럼프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의 조속한 방미를 요청한 만큼 성공적 방문이 될 수 있도록 실무적으로 뒷받침해 나갈 계획입니다.]
협상단은 트럼프가 협상의 달인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협상 과정에서 우리가 제시한 것보다 투자금을 올렸는데, 일본과의 협상 때처럼 인쇄된 숫자를 펜으로 지워가며 즉석에서 수정을 요구하는 일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영상취재 : 오정식, 영상편집 : 최진화, 디자인 : 강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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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럼 워싱턴 연결해서 그동안 치열하게 전개됐던 협상 과정 좀 더 들여다보겠습니다.
김용태 특파원, 극적으로 협상이 타결됐습니다만, 이 과정이 참 험난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말 그대로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먼저 지난주 구윤철 부총리가 미 재무장관을 만나기 위해 미국행 비행기를 타려다가 공항에서 그냥 돌아온 일이 있었습니다.
[강영규/기획재정부 대변인(지난 24일) : 부총리도 출국은 안 하시니까 일단 철수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미국 측에서) 긴급한 일정 때문에 안된다, 어렵다(고 합니다.)]
먼저 미국에 도착한 김정관 산업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러트닉 상무장관을 만나면서 협상을 이어갔습니다.
협상단은 가로 세로 1m 크기로 패널, 즉 설명 판을 만들어서 우리 측이 주력한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를 강조했는데, 미국에 어떤 도움이 될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했다고 합니다.
<앵커>
우리 협상단이 미국 장관을 따라서 스코틀랜드까지 가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하필이면 얘기가 잘 되고 있는데, 러트닉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 스코틀랜드 출장길에 동행하게 됐습니다.
우리 측은 기다릴지 아니면 거기까지 따라갈지 고민했지만, 결국 비행기표를 끊었고 거기서 물꼬가 트였다고 협상단은 전했습니다.
[하워드 러트닉/미국 상무장관 (지난 28일 폭스뉴스) : 한국 사람들은 저녁 식사 이후에 나와 그리어 무역대표부 대표를 만나기 위해 스코틀랜드로 날아왔습니다. 얼마나 진정으로 협상 타결을 원하는지 생각해 보세요.]
러트닉은 트럼프 앞에서는 복잡하게 얘기하지 말라는 식의 조언도 해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등 기업 총수들도 미국 현지에서 힘을 보탰습니다.
비공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이재용 회장은 백악관 근처에서 저희 취재진에 목격되기도 했습니다.
한화 측은 한미 조선 협력 사업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미가 큰 틀에서 합의는 했지만 세부 내용은 추가 협의를 통해 채워나가야 합니다.
당초 오늘 밤에 예정됐던 경제부총리와 미 재무장관 회담은 이미 협상이 타결된 만큼 취소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