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가상자산거래소들이 최근 코인을 빌려주는 서비스를 잇따라 내놓고 있습니다. 투자자는 빌린 코인을 판 뒤 가격이 떨어지면 되사서 갚고 차익을 얻는 방식으로 이게 사실상 코인 공매도를 부추기는 건데, 규제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단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노동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40대 손 모 씨는 보유 중인 코인을 담보로, 빗썸에서 시세 20여만 원짜리 '솔라나' 코인 50개를 빌렸습니다.
[손 모 씨/코인 투자자 : 제가 종잣돈이 부족하다는 생각 때문에, 투자금을 늘릴 수 있다는 개념으로 접근했습니다.]
빌린 코인을 팔아 현금화한 뒤, 솔라나 가격이 떨어지면 되사서 갚는 방식으로 차익을 노리고 있습니다.
[손 모 씨/코인 투자자 : 상승·하락폭이 좀 크다 보니까, 공격적으로 해보는 개념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하락장에도 수익을 내려는 전략으로.]
업비트는 원화를 담보로 최대 80%까지, 빗썸은 원화와 코인을 담보로 최대 4배까지 빌려주고 있습니다.
코인을 빌려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거래소들은 하락장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주식시장에 공매도 같은 투자를 부추기는 겁니다.
문제는 예상과 달리 코인값이 오르면 큰 손실을 볼 수 있는데도 투자자 보호 장치가 사실상 없다는 겁니다.
주식시장에선 공매도를 하려면 의무 교육을 이수해야 하고, 공매도 잔고 공시 같은 투자자 보호장치가 있지만, 가장자산 시장은 관련 법 규정 자체가 아직 없습니다.
[채상미/이화여자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 (투자시장 규율 목적은) 하나는 '투명성', 그다음에 '신뢰도 제고' 이 두 가지거든요? (코인 시장은) 규율 자체가 없으니까 이게 제대로 된 '투자 기회'가 될지 이거를 아무도 가늠할 수 없는 거죠.]
테더 같이 시세가 안정적인 스테이블 코인을 빌려주는 건, 사실상 현금을 빌려주는 것과 다름없어 무등록 대부업 논란도 일고 있습니다.
가장자산거래소들은 공매도 등 다양한 투자 기법을 구사하기 위해 해외 거래소로 빠져나가는 코인 규모가 상당하다며 국내에서도 다양한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논란이 커지자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2단계 입법 전까지 담보보다 많은 코인을 빌려주는 걸 제한하는 등의 자율규제 방안을 업계에 주문했습니다.
(영상취재 : 윤 형, 영상편집 : 우기정, 디자인 : 박태영·조수인, VJ : 정한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