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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납치당했어요" 조롱…"만 원에 한 번" 돈 챙겼다

<앵커>

공공기관에 각종 장난전화를 하고 이걸 생중계하면서 시청자들로부터 후원금을 챙겨온 채널이 있습니다. 몇 년 동안 이런 방식으로 수익을 올려온 정황을 포착하면서, 경찰이 본격 수사에 나설 예정입니다.

김보미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음성 채팅 플랫폼 '디스코드'의 한 채널.

운영자로 추정되는 사람이 어디론가 전화를 겁니다.

[(파출소 ○○입니다.) 여보세요. (네, 말씀하세요.) 아저씨. (네.) 아빠가 때려요. (어딥니까?) 집이요.]

음성 변조된 목소리로 아이와 아버지 흉내를 내고 폭행 소리까지 연출하면서 아동 학대 신고를 합니다.

[누구세요? (여기 파출소입니다.) 파출소에 전화를 해? 야 이 ○○야. (엄마는 어딨는데? 엄마.) 몰라, 집 나갔어. 아빠가 때려서 나갔어.]

이번에 전화한 곳은 주한영국대사관.

[누나, 납치당했어요. (어딘데요?) 옆에서 총을 겨누고 있어요. (어디인지는 몰라요? 이태원동이에요? 선생님, 휴대전화번호가 조회가 안 돼서 어딘지 알 수가 없어요.) 그럼 누나 일단 나랑 화장실로 가볼까?]

장난전화를 의심하자 욕설과 함께 조롱합니다.

[(선생님 여기 장난치는 데 아녜요. 저희 이거 긴급전화라서 끊겠습니다.) 아니 ○○○아. 녹음하고 있지? 녹음해. 어쩔 건데?]

'7시 욕배틀'이라는 이름의 이 채널에는 실시간 접속자가 수백 명에 달합니다.

채널 운영자는 허위 장난전화가 끝나자 후원금을 요구합니다.

[채널 운영자 : 여기 입금해 주면 돼. 내가 아까 말했지? 1만 원에 (장난전화) 한 번씩 한다고.]

[채널 목격자 : 많으면 한 사람이 100만 원씩 보낼 때도 있고. 자기네들이 '이렇게 위험한 거 하니까 돈 보내라' 이런 식으로….]

수년간 운영된 걸로 추정되는 이 채널은 스카이프 등 앱으로 추적을 피하며 공공기관들에 장난전화를 해온 걸로 파악됐습니다.

지난해 10월 밤새 대대적인 경찰 수색까지 이뤄진 어린이대공원 폭발물 설치 허위 신고도 이 채널 운영자가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채널 목격자 : 직접 봤어요. 음성 변조해서 어린이대공원에 폭발물 설치했다고 장난 전화를 했는데 새벽에 특수부대랑 다 출동했다고 뉴스가 뜨더라고요.]

[안지성/변호사 : 장난전화 수준이 아니라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범행으로 이뤄지고 있고 그로 인해서 수익까지 창출해 내고 있다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죄로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해당 채널에 대한 내사에 착수한 경찰은 곧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할 방침입니다.

(영상취재 : 신동환, 영상편집 : 안여진, VJ : 노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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