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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시작한 16부작 드라마 <귀궁>이 곧 종영을 앞두고 있다. <귀궁>은 1화부터 9.2%라는 높은 시청률로 출발해 꾸준히 8~10%대를 기록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멀리는 SBS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2016)부터 가까이는 SBS <홍천기>(2021), tvN <환혼: 빛과 그림자>(2022)까지, 판타지 사극은 꾸준히 인기 있는 장르에 속한다. 그러나 <귀궁>의 인기에는 장르의 특성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이번 글에서는 오랜만에 돌아온 판타지 사극 <귀궁>이 시청자의 사랑을 받는 데 성공한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아래부터 작품의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다.

처음 시작할 때, <귀궁>은 눈을 사로잡는 화려한 볼거리로 주목받았다. 동양 판타지를 배경으로 로맨스, 무속, 퇴마 등을 고루 결합한 점, 그리고 육성재(비투비), 김지연(우주소녀) 등 아이돌 출신의 배우들이 주연을 맡은 점 등이다. 여러 요소를 혼합한 <귀궁>의 전략은 탁월했고 배우들도 연기, 화제성 등 모든 측면에서 자기 몫을 톡톡하게 해냈다. 그러므로 이런 요소들은 <귀궁>에 시청자를 유입시키는 첫 번째 매력으로 작동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드라마'라는 까다로운 매체는 시청자의 유입을 꾸준히 지속하지 못하면 결국에는 고사하고 만다. 그런 점에서 안정적으로 높은 시청률을 확보해 온 <귀궁>의 성취는 눈에 띈다. 이것을 가능하게 만든 가장 큰 비결은 <귀궁>의 짜임새 있는 각본이다. <귀궁>에는 서사의 낭비가 거의 없다.

첫 화부터 등장한 '외다리귀(이태검)'는 눈길을 사로잡으며 시리즈의 성격을 보여주는 소재에 그칠 것이라 짐작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귀신은 '팔척귀'에 얽힌 비밀의 실타래를 풀어내고, 왕 이정(김지훈)의 태도 변화를 이끄는 등 이중, 삼중으로 서사 전개에 기여한다. 관계성 위주의 캐릭터로 보였던 이무기 비비(조한결)와 최인선(신슬기)도 스토리를 견인하는 데 한몫을 한다. 귀여움을 담당하는 야광귀(박다온)까지 제 역할을 해내며, 처음 등장했을 때 던진 '신발'에 관한 떡밥을 회수하면서 사라진다.
주연은 물론 조연까지, <귀궁>에 등장하는 다채로운 인물들은 자기만의 색깔을 보여주며 작품을 풍부하게 수놓다가 '팔척귀'에 관한 서사의 큰 줄기에 통합되며 퇴장한다. 이는 한 캐릭터가 극 안에서 중층적인 역할을 해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중요하지 않아 보이는 캐릭터조차 작품의 스토리와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느껴지는 '반전'이 여기저기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시청자는 이런 순간마다 크고 작은 쾌감을 느끼며 작품에 다시 빠져든다. 또한 여러 인물이 등장해도 내용이 산만해지지 않으며 팔척귀에 관한 중요 서사 위주로 응집력 있게 흘러간다는 것은 <귀궁>의 큰 장점이다.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귀궁>이 로맨스의 성격을 지니고 있지만, 그것을 지나치게 내세우지 않는다는 점이다. 로맨스와 관련해 <귀궁>은 절제된 태도를 유지한다. 연인이 서로의 마음을 오해하게 만들거나, 삼각관계를 등장시켜 피로감을 높이는 무리수를 택하지 않는다. 이것은 눈에 보이지 않으나 <귀궁>의 인기를 단단하게 붙들어 맨다. 한때 한국 드라마를 묘사할 때, 어떤 스토리든 로맨스물로 만들어버린다는 말이 우스갯거리로 떠돌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K-드라마가 사랑 타령만을 반복하는 때는 지난 듯하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