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일본에서는 쌀값이 치솟아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있는데, 이걸 해결해야 할 담당 장관이 실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지지자들이 준 쌀이 많아서 자신의 집 창고에 쌓여 있다고 한 겁니다. 이시바 총리까지 나서 사과했지만, 비판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도쿄 문준모 특파원의 보도입니다.
<기자>
쌀 정책을 담당하는 에토 농림상이 자민당 정치자금 행사에서 갑자기 이런 발언을 합니다.
[에토/일본 농림상 : 저는 쌀을 사 본 적이 없어요. 지지자분들이 쌀을 많이 주시니까 우리 집 창고에 팔 수 있을 만큼 쌓여 있거든요.]
어제(19일) 발표된 전국 평균 쌀값은 5kg당 4천268엔으로 또다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상황.
쌀값 급등에 책임을 져도 모자랄 판에 자신은 쌀이 많아 괜찮다며 서민들에게 상처를 주는 실언을 한 겁니다.
[일본 시민 : 생활비가 없어서 힘든 가정이 많고요, 맞벌이를 해야 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국민들은 생각하지 않는 건가 싶네요.]
비판이 거세지자 에토 농림상은 웃자고 한 이야기라며 말을 바꿨습니다.
[에토/일본 농림상 : 아내가 전화해서 화내더라고요. 저는 웃자고 한 얘기인데 아내가 팔 쌀이 어디 있냐고요. 정기적으로 쌀 사고 있습니다.]
진지한 반성 없이 둘러대기만 하는 모습에 정치권에서도 거센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오가와/입헌민주당 간사장 : 현대판 '마리 앙투아네트' 아닙니까. 정말 서민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네요.]
어제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이시바 내각의 지지율은 출범 이후 최저를 기록했는데, 쌀값 대책에 대한 불만이 큰 걸로 조사됐습니다.
어제 고개를 숙였던 이시바 총리는 오늘도 거듭 사과했습니다.
[이시바/일본 총리 : 소비자분들, 생산자분들께 몹시 송구한 일입니다. 임명권자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에토 농림상을 경질하지는 않았습니다.
쌀값이 진정되지 않으면 7월 참의원 선거에도 집권당에는 큰 악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영상취재 : 한철민·문현진, 영상편집 : 김병직, 디자인 : 홍지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