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을 약 2년 동안 심리적으로 지배하며 자해를 강요하고, 반려견 분뇨까지 먹인 20대 무속인에게 검찰이 항소심 재판에서 1심과 같은 징역 10년을 구형했습니다.
20대 무속인 박 모 씨는 지난 2021년 소셜미디어를 통해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던 A 씨에게 접근했습니다.
박 씨는 자신이 영적인 능력이 있는 것처럼 A 씨를 속였고, A 씨는 박 씨에게 자신과 어머니의 통증을 낫게 해 달라며 117만 원을 송금했습니다.
통증이 잠시 호전되자 박 씨는 자신의 영적 능력 때문이라고 주장했고, 그 이후 피해자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때리거나 가족에게 위험한 일이 일어날 것처럼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지배해 온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피해자는 음식물 쓰레기나 반려견 분뇨까지 먹어야 했고, 지속적으로 강제추행과 폭행까지 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특수 상해와 강요 등의 혐의로 박 씨에게 징역 7년에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는데, 검찰은 죄질에 비해 형량이 낮다고 항소해 1심 때와 같은 징역 10년을 구형했습니다.
이 사례처럼 무속인이 영적 능력이 있다고 주장하며 병을 치료한다거나 신내림 대가로 금전 등을 요구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지만, 목적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뒤늦게 이러한 행동을 사기로 처벌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무속인이 대가를 받고 하는 굿 등의 의식이 일종의 종교활동에 해당하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지난해에도 법원은 신병 치료 등을 위한 굿으로 피해자들에게 수억 원을 받은 무속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며 전통적 관습에 의한 무속 행위가 이뤄졌을 경우, 굿 요청자의 목적이 달성되지 않은 것으로는 사기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법원은 로또에 당첨되려면 굿 비용이 필요하다며 피해자에게 금전을 받아 가로챈 무속인, 액운을 쫓아내기 위해 이름을 써 붙인 골프채로 골프를 쳐야 한다며 대가를 받은 무속인 등에 대해선 유죄 판결을 내리기도 했는데요.
대법원 역시 전통적인 관습으로 허용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났다면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영상편집 : 문이진, 디자인 : 이소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