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뿐인 지구를 지키려면 우리 모두의 힘이 필요합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지구력'.
벚꽃 만개로 느껴진 봄기운도 잠시, 곧 있으면 여름철 더위를 앞두고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나 동양하루살이 같은 이른바 대발생 곤충 떼 출몰시기가 찾아옵니다. 지난 수년간 대발생 곤충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지만 정작 유입경로나 대발생 원인 그리고 방제법 등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본격적인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근래 들어 여러 연구진들의 노력 덕분에 대발생 곤충 생태와 관련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10일 열린 '2025 서울시-생물자원관 대발생 곤충 공동대응 전략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러브버그와 동양하루살이 관련 연구 결과가 그랬습니다. 이번 지구력에서 상세히 소개해봅니다.
러브버그의 경우는 종전에 국내에 토착화되지 않았던 외래 유입종인 건 분명한데 어디서 어떻게 유입됐는지 정확히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난징, 항저우 등 중국남부나 대만, 오키나와 등에서 많이 발생하는 만큼 이들 지역으로부터 제주도를 통해 북상한 게 아니냐는 추정 정도였습니다.

북한산 러브버그 어디서 왔나?
서울대 신승관 연구팀이 이 같은 러브버그 유입 경로 확인을 위한 유전체 비교 분석을 국내에서 처음 시도해 왔는데, 그 결과가 이번 심포지엄에서 발표됐습니다. 남중국과 오키나와에서 발생한 러브버그와 국내 발생 개체 간의 유전적 분화도(FST)를 조사했더니, 한국 발생 개체와 난징 개체 간에는 0.303, 한국-항저우는 0.325, 한국-오키나와는 0.729로 나타났습니다. 유전적 분화도란 두 개체군이 유전적으로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를 나타내는 값입니다. 숫자가 작을수록 유전적으로 가깝다는 뜻입니다. 0.25 이상이면 유전적으로 크게 분화했다는 의미가 됩니다. 기존에 유입 경로로 알려졌던 난징, 항저우, 오키나와는 모두 0.25 이상으로 나타나, 국내 발생 개체와의 유전적 거리가 상당한 만큼 직접적인 기원으로 볼 수 없다는 게 신 교수팀의 연구 결과입니다.

반면 난징, 항저우로부터 훨씬 북쪽에 있는 칭다오 지역에서 나타난 러브버그는 국내 발생 개체와 유전적 분화도가 0.164에 그쳤습니다. 신 교수는 칭다오 혹은 인근 산둥반도 지역에서부터 국내로 선박 등을 통해 유입됐을 가능성이 큰 걸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국내에서 러브버그가 처음 등장했던 게 2015년 인천 산곡동이라는 게 신 교수 설명입니다. 따라서 서해를 오가는 선박편을 통해 산둥반도에서 인천으로 유입됐을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습니다. 남중국이나 오키나와 러브버그는 5월과 9월 두 차례 짝짓기 비행을 하며 대발생하는 반면 칭다오 개체들은 여름에 한 번 짝짓기 하는 특징이 있는데, 국내 러브버그 역시 칭다오 개체들과 같습니다. 이런 특징 역시 산둥반도를 통한 유입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아열대 지역에서 자생하던 러브버그가 산둥반도와 국내 수도권에까지 출몰한 건 큰 틀에서 기후변화와 상관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열대 지역의 모든 곤충이 북상하는 건 아닌데요. 북쪽으로 올라간 러브버그의 특성은 뭘까요?
살충제 잘 안 듣는 러브버그 왜?
신 교수팀의 또 다른 러브버그 연구 결과는 국내로 들어온 러브버그의 또 다른 특징을 알려줍니다. 국제 저널 '유전체 생물학 및 진화; Genome Biology and Evolution)' 지난해 10월호에 A Chromosome-Scale and Annotated Reference Genome Assembly of Plecia longiforceps Duda, 1934 (Diptera: Bibionidae)이란 제목으로 실렸는데요. 국내 발생 러브버그의 유전체를 분석했더니 살충제 저항성에 관련된 CYP 유전자가 128개로 나타났다는 겁니다. 이는 곤충 중에서도 비교적 높은 수치라고 신 교수팀은 밝혔습니다.
이 CYP 유전자는 벌레 잡는 살충제로 많이 쓰이는 피레스로이드나 네오니코티노이드 같은 물질을 해독시키는데 영향을 미치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아열대 지방에 서식했던 러브버그가 중국 북부 지역을 거쳐 한반도까지 유입해 생존해 온 데에는 이렇게 강한 살충제 저항성이 한몫했을 걸로 추정됩니다. 또 하나는 이 같은 살충제로 방제에 나설 경우 효과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도 하겠습니다.
동양하루살이 찾아 한강 수중 잠수했더니
이번엔 동양하루살이입니다. 이 곤충의 애벌레 서식지를 확인하기 위한 김동건 삼육대 교수팀의 한강 잠수 조사도 흥미롭습니다. 하루살이는 물속 강바닥에서 1년간 유충 생활을 하다 수면으로 올라와 껍질을 벗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우화 과정을 거치면서 성충으로 탈바꿈하게 됩니다. 유충 서식지는 물가 가장자리 수초들이 많은 얕은 바닥층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하지만 김 교수팀이 지난해 4월~10월까지 한강본류와 지류 등 22개 지점에 대해 물속을 직접 들여다본 결과는 기존 추정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한강의 좌안, 우안 등 하천 수변부와 수심이 깊은 강 중앙부를 나눠서 수중 조사한 결과, 예상과 달리 수심이 깊은 강 중앙부에 동양하루살이 유충들이 대거 서식하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개체수가 폭증하는 8월에 좌우안 수변부와 강 중앙부를 비교했더니 유충 개체수가 10배 이상 강 중앙부에 더 많았다는 게 김 교수의 조사 결과입니다.

왜 이럴까요? 김 교수는 유충의 기관아가미에 주목합니다. 동양하루살이 성충과 달리 유충 시절에는 물속에서 생활하다 보니 기관아가미를 통해 호흡을 합니다. 고운 퇴적토가 쌓인 가장자리 진흙층에서는 고운 모래가 기관아가미를 막아 호흡에 방해가 되기 때문일 것이라는 게 김 교수의 설명입니다.
한강 한가운데 띄운 벌레 잡는 포집기
러브버그와 동양하루살이의 생태가 새롭게 드러나면서 방제법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됐습니다. 동양하루살이의 경우 빛을 향해 달려드는 습성을 이용해 강변에서 빛을 밝히는 포충기를 설치해 방제하는 방식이 흔하게 쓰입니다만 강변 산책로 부근에 설치하다 보니 더 많은 동양하루살이를 시민들이 지나다니는 쪽으로 끌어들인다는 모순점도 있습니다. 김 교수팀의 연구 결과에 따라 새로운 조명 포집 방안이 제안됐습니다. 강 중앙에서 성충이 많이 발생하는 만큼 바지선을 강 중앙부에 띄워 한강 한가운데에서 포집을 하자는 겁니다. 지난해 시범 테스트를 거친 데 이어 올여름 한강에는 이 같은 강 중앙부 바지선을 이용한 포집 방제법이 본격화될 예정입니다.
러브버그 방제에도 새로운 시도가 이뤄집니다. 기존 미국에서의 연구결과가 새롭게 국내에 알려진 덕분인데요. 장미꽃과의 꽃잎에서 방출하는 방향 물질이 러브버그를 유인하는 효과가 있다는 겁니다. 이 천연 성분 물질은 페닐아세트알데하이드입니다. 러브버그 역시 꿀벌과 비슷하게 꽃가루나 꿀을 먹이로 삼는데 특히 장미꽃과 식물의 방향물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2015년도 미국 연구에 따르면 이 물질을 이용해 포집기를 만들어 연구했더니 포획된 1만 2천 개 벌레 가운데 805개, 6%만이 다른 곤충이었고 나머지 모두가 러브버그였던 걸로 나타났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