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예비역 수백 명 내일 국회 집결…그들이 군 개혁할 수 있을까 [취재파일]

대한민국 민주 수호 예비역 장병단, 줄여서 대민장이 내일 국회에 모입니다. 오후 3시 450석 규모의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를 선언할 참입니다. 지난 6일 수십석 규모의 여의도 식당에 민주당 대선에 투신할 예비역 장교들 모이라고 했을 때 90여명이 몰렸으니까, 내일 450석 규모 국회 대회의실에는 수백명이 집결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극우 진영에 5공과 하나회 세력까지 망라한 대한민국 수호 예비역 장성단, 즉 대수장이 있다면 진보 진영에는 모든 계급을 망라한 대민장이 있다며 출사표를 내는 것입니다. 민주당 측은 대민장을 12·3 내란을 겪으며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일어선 예비역 장병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또 군 개혁과 국민이 안심하는 안보를 추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대민장도 어차피 예비역 장성들이 주도할 것이 뻔합니다. 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면 예비역 장성 중 가장 유력한 인물이 휘하의 예비역들을 요직에 앉히는 정치적 인사 놀음을 할 터. 그의 영향력은 현역까지 미쳐 장교들의 진급 결정권을 휘두를 가능성이 큽니다. 정치권력의 혜택을 입은 예비역들이 정치권력의 입김을 군에 불어넣는 군 정치화 과정이 우려됩니다. 아무리 민주주의 수호, 군 개혁, 안보를 내걸었지만 윤석열 정부의 김용현 국방 상왕 체제와 무엇이 다를지 잘 짚이지 않습니다.

내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민주당 예비역 장병 모임 '대민장'이 출범한다.

어떤 예비역들이 모일까


민주당 유관 예비역 단체는 이미 3곳이 있습니다. 김병주 의원이 이끄는 민주M포럼, 황인권 예비역 대장이 수장인 민주당 국방안보특별위원회, 송영무 전 국방장관이 2017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천군만마 등입니다. 여기에 더해 대민장이 내일 출범함으로써 민주당 지지 예비역 단체는 4곳이 됩니다. 이합집산해 하나의 텐트 아래 모일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을 선택한 예비역들을 계급별로 보면 우선 대장은 육군의 김병주·백군기·황인권, 해군의 황기철·부석종·송영무입니다. 예비역 공군 대장은 현재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때 공사 출신이 승승장구한다고 해서 ‘공사다망’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는데 문 정부에서 배출한 공군 예비역 대장의 등장이 확실시됩니다. 보나마나 실세 좌장은 이들 예비역 대장 중에 있습니다.
 
예비역 3성 이하는 육군의 김도균·김태성·김현섭·이보형·박견목, 공군의 최성천·최현국·김도호·최근영·김홍철, 해병대의 조강래·조영수 등입니다. 대부분 문재인 정부에서 전역한 예비역인데 육군의 이보형, 해병대의 조영수는 윤석열 정부에서 전역한 예비역 신예여서 눈길을 끕니다.
 
예비역 대령 이하도 많습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부사관이나 병장 출신 등 젊은 예비역들을 많이 모으려고 한다”, “군의 가려운 곳을 잘 찾아 해결하기 위해 젊은 예비역들의 참가가 필수적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젊은 예비역들의 진출로 신선함을 더할 수는 있겠지만 장성 위주 예비역 사회의 질서를 흔들 수 있을지 유심히 지켜볼 대목입니다.

광화문에서 열린 탄핵 찬성 집회에 참가한 천군만마 소속 예비역 장교들.

다음 정부 국방의 목표는?


오는 6월 3일 대선 결과 출범하는 새 정부 국방의 절대 과제는 12·3 계엄에 빠진 군의 신뢰 회복일 것입니다.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를 침탈한 죄를 씻고,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복무하는 정치 중립의 군으로 자리매김하는 고난도 과업입니다. 군이 환골탈태해서 국민의 마음을 얻는 과정이라서 단기간에 달성할 수 없습니다.
 
단기적으로는 51대 국방장관의 무탈함을 이뤄낼 필요가 있습니다. 43대 김관진 장관부터 50대 김용현 장관까지 15년 간 8명의 국방장관이 정치적 사건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하나같이 정치적 사건에 연루됐고, 장관이 지휘하는 군도 함께 정치 사건에 엮였습니다. 새 정부가 군에 정치적 임무를 맡기지 않고, 그 결과 51대 국방장관이 퇴임 후 검찰에 불려가지 않으면 대단히 유의미한 정치 중립의 업적으로 평가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대민장, 민주M포럼, 천군만마, 국방안보특위의 예비역들이 이와 같은 군의 정치 중립을 실현할 수 있을까요? 그들은 예비역 중에서도 가장 정치적인 부류에 속합니다. 그래서 선거 때마다 매번 정치판에 뛰어듭니다. 12·3 계엄을 겪고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예비역들이 선거 때 기승을 부리고, 새 정부 출범하면 권력에 스며들어 편승하기 마련이어서, 군은 정치화의 폐해를 피할 수 없습니다. 지난 6일 민주M포럼, 천군만마, 국방안보특위의 여의도 식당 회동과 내일 대민장의 국회 대회의실 집결이 나중에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기대보다 걱정이 앞섭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