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이상한 나라의 춘자씨'는 치매 증상이 시작된 70대 노인 고춘자 씨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유쾌하면서 뭉클하게 그려냅니다. 치매 노인이 겪는 '환각'을 '이상한 나라'에서 펼쳐지는 모험처럼 그려낸 연극적 상상력이 돋보이는데요, 춘자 씨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관객은 한바탕 웃다가도 다음 순간 눈시울이 붉어지는 경험을 하게 되죠.
춘자 씨는 '영혼의 물고기'가 건네준 '코딱지'를 먹고 7살 어린이가 되어버리죠. 이 뮤지컬에서는 '코딱지'를 '커딱쥐'라고 부르는데, 이유는 무엇일까요? 70살에서 7살, 100살을 오가는 춘자 씨 연기의 비결은 무엇일까요? 이 작품을 쓰고 연출한 오미영 씨, 그리고 춘자 씨를 연기하는 배우 서나영 씨 이야기 들어보세요.
골라듣는 뉴스룸 커튼콜, 오미영 씨와 서나영 씨가 출연한 259회 풀영상은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김수현 기자 : 춘자 씨는 원래 70세 생일잔치를 하러 갔다가 치매 증상이 나타나서 '내 소원이 뭐였지' 찾아다니다가 '내가 지금 어디 있는 거지' 이러고 길을 잃잖아요. 근데 거기서 '정신줄에서 빠져나왔다'는 말이 너무 재밌었어요. 그리고 '영혼의 물고기', 그리고 코딱지를(웃음).
이병희 아나운서 : 물고기도 너무 웃겼는데 코딱지를.
김수현 기자 : 코딱지를 너무 많이 먹어서 70에서 0이 빠져서 그냥 7살이 된다는 그런 설정이잖아요.
이병희 아나운서 : 너무 많이 먹어가지고, 맞아.
김수현 기자 : 근데 갑자기 70 먹은 할머니 연기를 하다가 또 7살 연기를 해야 되잖아요. 그걸 어떻게...
서나영 배우 : 쉽지 않았고. 연출이랑 늘 같이, 그리고 연출로서 얘기를 했을 때 고춘자가 70살인데 7살이 됐다가 100살도 되잖아요. 왔다 갔다 하는 걸 제일 잘 보여줬으면 좋겠다, 이거 어떡할까 고민 굉장히 많이 했어요. 그래서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그래서 쉽지는 않았지만 즐거웠어요.
배우로서 7살도 하고 70살도 하고 100살도 한다는 게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아니잖아요. 카메라였으면 이렇게까지 못 했을 것 같은데 연극은 그걸 허용해 주는 어떤 놀이가 있잖아요. 그러니까 아마 카메라에서 제가 '7살' 이렇게 하면 '좀 싫다'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이제 또 공연은 그런 맛이 있어서.
잘 안 풀릴 때마다 연출이랑도 얘기하고, 더블 캐스팅 배우랑도 고민하고. 저는 할머니가 점프도 하고 다리도 찢고 앞구르기도 하고 이런 거 좀 더 하고 싶었는데 제가 잘 못해서(웃음). 시도할 때마다 옆에서 말려서 좀 아쉬운 게 있어요. '조금 더 7살에서 놀았어야 되는데', '관객들에게 좀 보여줄 것들이 있었어야 되는데' 이런 생각도 했었어요.
오미영 작·연출가 : 이상한 나라를 오가는 판타지를 배우 한 사람이 다 연기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사실 큰 부담이었던 것 같아요. 물고기 코딱지를 먹고 7살이 되고, 파리똥을 먹고 100살이 되고 이런 거를 장치적으로는 코딱지나 파리똥이 있지만 그거를 먹고 어떻게 변화했다고 하는 거는 배우가 몸으로 다 해결을 해야 되기 때문에. 사실 그것은 진짜 연기로 다 해결을 해야 되는 거거든요.
김수현 기자 : 그렇죠. 영화였으면 특수효과를 써서 뭔가 했을 수도 있는데 순전히 다 배우의 연기로서만 표현을 해야 되니까.
오미영 작·연출가 : 그렇죠. 그래서 사실 배우에게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던 것 같아요.
김수현 기자 : 또 그게 무대의 매력이기도 하고.
서나영 배우 : 네 맞아요, 네.
김수현 기자 : 관객들도 그걸 상상을 하면서 받아들이는 거잖아요. '아 이제 70살이 됐네, 이제 7살이네, 100살이네.' 이러고.
서나영 배우 : 그거를 관객들이 '정말 100살이랑 똑같아?' '저게 7살이야?' 이런 시선으로 보는 게 아니라 그 배우가 놀이를 하고 있다는 거에 동참해 주는 게 공연 예술이니까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김수현 기자 : 근데 '영혼의 물고기' 이런 거는 어떻게 생각을 해내신 거예요? '정신줄에서 빠져나왔다' 이 말이 너무 재미있었거든요. '놓지 마 정신줄'(웃음). 재밌어서.
서나영 배우 : 재미있는 대사 너무 많죠. 정말 저희 대본 처음 받고 너무 재밌어가지고.
오미영 작·연출가 : 그냥... 썼어요.
김수현 기자 : '영혼의 물고기' 그냥 나오나요 그게? (웃음)
오미영 작·연출가 : 사실 이제 저희 부모님께서도 연세가 많으시고, 그러면서 점점 아기 같아지시는 거예요. '이상하다'. 저희 아버지는 예전에는 맥가이버처럼 막, '오가이버'였거든요. 뭐든지 다 만들어내고 엄청 잘하셨는데 이제 그런 성향만 남아 계시고 이제는 막 다 부수는 거예요(웃음). '마이더스의 손'에서 '마이너스의 손'이 된 거야. 그렇게 아이처럼 돼버리는 부모님을 보면서 '근데 아이와 노인의 차이가 있지 않나?' 아이는 귀엽지만 노인은 안 귀엽고.
김수현 기자 : 아, 그 대사가 나오잖아요. 정말.
이병희 아나운서 : 맞아요.
오미영 작·연출가 : 아이는 가볍고 노인은 가엾고, 아이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프고 노인은 보기만 해도 마음 아프고. 사실 부모님들을 보면서 약간 제가 느꼈던 마음들을 그렇게 그냥 글로 썼던 것 같아요.

이병희 아나운서 : 근데 왜 다른 것도 아니고 코딱지를 먹어야, 또 파리똥을 먹어야지만(웃음).
김수현 기자 : 근데 그거 어릴 때 되게 좋아하던 말이잖아요. '코딱지' 이러면서 막.
서나영 배우 : 저희 돌아가면서 '너 코딱지 몇 살까지 먹었어' 막 이런 얘기하고 그랬어요(웃음).
오미영 작·연출가 : 코딱지 안 드셔보셨어요? (웃음)
김수현 기자 : 설마 파리똥도? (웃음) 아, 재밌어. 근데 그 노래 제목에 보면 '커딱쥐' 이렇게.
오미영 작·연출가 : 저는 사실 '코딱지'라고 썼는데 저희 노선락 작곡가가 '커딱쥐'라고 가사에 그렇게 써 온 거예요. 그래서 '어 이거 오타인가?' 했는데 그냥 저희 노선락 작곡가가 '커커커커커커커커커 딱쥐'그렇게 부르더라고요. 근데 노래가 '코코코코코코코코코 딱지' 이렇게 하는 거보다는.
이병희 아나운서 : 아, 진짜 약간 느낌이 다르네요.
오미영 작·연출가 : 노래가 그게 더 리드미컬해서. 그래서 이제 무대의 간판들이 쭉 있잖아요. 거기에 '커피', '딱따구리 안경'의 '딱'하고 잉글리시의 'G' 해서 '커' '딱' '쥐' 해가지고, 간판이 '커' '딱' '쥐' 네온사인들이 계속 깜빡깜빡하거든요. 근데 그 네온사인들이 왔다 갔다 할 때 원래는 '콩쥐' 할 때 '코' 이런 거 생각하다가 '커딱쥐'니까 '커피' '딱따구리' 뭐 이렇게 생각하게 된 거예요.
김수현 기자 : 아, 그러면 그 가게 간판도 거기서 나와서 만들어진 거예요?
오미영 작·연출가 : 네네, 그 노래에 맞춰서.
김수현 기자 : 아, 그러면 노선락 작곡가가 거의 굉장한 역할을 했네요(웃음).
오미영 작·연출가 : 네네. 언니도 되게 장난꾸러기고 재미있는 사람이어서.
김수현 기자 : 아, 그렇구나.
김수현 기자 : 그럼 7살 됐을 때는 어떻게 연기하시는 거예요? 그거는?
서나영 배우 : 처음에 잘 못해서 연출한테 많이 혼났어요. '그냥 막 해줘 막' 이러면서(웃음). 평소에 7살 모습을 너무 많이 보여주거든요. 그래서 연출의 평소 모습에서도 많이 힌트를 얻고요.
김수현 기자 : 아, 그래요(웃음).
서나영 배우 : 애들도 열심히 보고, 또 저희 팀에 딱 그만한 딸을 가진 며느리가 있거든요. 걔가 맨날 보여주는 딸 사진도 보면서 동작 같은 것도 흉내 내고 그랬어요.
이병희 아나운서 : 근데 손가락 빨면서 딱 그러니까 그때 바로 아이로 갔다는 걸 너무 확실하게 확 보여줘서 너무 웃겼어요.
서나영 배우 : 주위에서 아이디어도 또, 배우들이 주고.
김수현 기자 : 그럼 손가락 이렇게 하는 것도 누가 아이디어를 준 거예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