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산불과 사투 벌이는 단기계약 비정규직...예방진화대원의 죽음 [스프]

[갑갑한 오피스] (글 : 권남표 노무사)

예방진화대원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화마가 지리산을 덮쳤고, 산골짜기를 타고 부는 바람은 사방으로 불길을 뻗쳤다. 뉴스마다 시뻘건 혀를 날름거리는 불길 위로 짙은 연기가 하늘을 가득 채운 영상을 내보냈다. 연기를 뚫고 고속도로를 달려 대피하는 영상에서 인간의 무력함만이 떠올랐다. 산불을 진화하던 노후한 진화 헬기 한 대가 높은 숙련을 자랑하는 70대 조종사의 생명을 앗아갔다. 시간의 축적이 쌓은 숙련과 그 시간 동안 낡아버린 기체 사이의 넓은 간극을 생각하며 죽음을 애도했다. 그리고 산청 산불 진화 작업에 투입된 3명의 예방진화대원이 사망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처음에는 최전선의 진화대원에 대한 애도로 시작했던 감정이었지만, 진화와 관련한 직무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죽음이라는 것을 알게 된 뒤 허망함이 교차했다. 가장 약한 사람이 재난 앞에서 쉽사리 목숨을 잃고 있었다.

전국의 초목을 잿더미로 만드는 이번 산불 진화에 투입된 장비와 인력은 크게 소방청 소속의 소방관과 산림청 소속의 산불진화대원, 그리고 진화 헬기다. 진화 헬기는 기계이고, 하늘과 땅이 구분되지 않는 밤에는 운행을 할 수 없기에 동이 트면 이륙하고, 해가 지면 투입될 수 없다. 낮밤 없이 총동원되는 인력은 진화대원들과 소방관들이고, 하루 12시간 이상의 진화 작업에 투입되었다. 이들의 피로도는 여러 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등짐 펌프를 메고 산에 올라갔고, 산이 가팔랐고, 나무 위에 붙은 불을 진압하는데 힘이 들었다는 인터뷰와, 탈진과 부상이 이어진다는 기사가 줄을 이었다.

우리나라의 산림은 울창하고 산세는 가팔라서 민간 인력이 접근하기 어려운 구간이 많다. 산불을 진화하는 전문 인력이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공중진화대와 지상진화대로 나뉜다. 공중진화대는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소속으로 임도가 없어서 접근이 어려운 지역에 레펠을 타고 내려가거나, 도보로 산불의 최전선에 접근해 불을 끈다. 이들은 전문적인 직무교육(진화교육)과 체력을 갖춘 인원들이다. 개인별 휴대 장비로 수목제거용 체인톱, 호스 2동, 방염포, 물백, 헬멧, 고글 헤드 랜턴 등 20~30kg을 몸에 장착하고 불타는 산을 오른다.

그리고 주불을 진화하는 지상진화대가 있다. 이 지상진화대는 특수진화대와 산불예방진화대 둘로 나뉜다. 특수진화대는 절반의 공무원이라 불리는 공무직 신분이다. 공무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가족수당, 출장비, 위험수당을 못 받는 이들은 상당한 수준의 체력검정과 면접심사를 거쳐 채용된 뒤, 산불조심 기간 중(한국은 여름철을 제외한 봄, 가을, 겨울이 산불조심 기간이다) 산불 현장에 투입되는 인력이다. 이번 산불에도 진압의 주요한 역할을 했다. 맨몸으로도 오르기 힘든 산을 갈퀴, 진화복, 야전삽, 낫, 수통, 손전등, 등짐펌프, 안전모, 방염텐트 등을 이고 질 체력이 필요하다. 이들의 급여 수준은 월 2,701,000원(2024년 기준)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예방진화대원은 비정규직으로 이들과 크게 다르다. 산청 산불을 진압하다가 사망한 3명의 진화대원은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이었다. 통상 6개월 이하의 단기 계약을 체결해 불안정하고, 지역 주민으로 별도의 생업을 유지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특별한 교육을 받지 않고, 평균연령은 61세로 알려져 있다. 임금 수준은 78.880원/일(2024년 기준)로 일용직인 경우도 많다. 잔불 정리와 산불 예방을 위한 인력으로 산불 진압을 위한 특별한 교육과 훈련을 받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번 산불 진압에 투입되었다. 빠르고 광범위하게 산불이 세력을 넓히는 '비화' 현상과 꺼진 줄 알았던 산불이 끈질기게 세력을 유지하게 하는 '지중화' 현상 그리고 연무는 세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다. 목숨을 잃은 이들이 산불 진압에 대한 높은 숙련도를 갖추고 있었다면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놓기 어렵다. 불을 끄는 게 일인 산불진화대원 모두는 최소한 일정한 교육을 받고, 준비가 완료된 상태로 출동을 명령받았어야 한다. 일을 주는 사람은 직무와 관련한 위험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고, 그것이 공적 책임을 지는 지자체의 장 또는 산림청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더 깊고 인사이트 넘치는 이야기는 스브스프리미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콘텐츠의 남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하단 버튼 클릭! | 스브스프리미엄 바로가기 버튼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