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거대한 불길은 농민들이 열심히 가꿔왔던 작물들까지 집어삼켰습니다. 농기계마저 모두 타버려서 농민들은 당장 생계를 어떻게 이어갈지 엄두조차 나지를 않는 상황입니다.
TBC 안상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의성의 한 사과 농장.
가지마다 꽃가루 대신 잿가루가 내려앉았습니다.
이제 막 피어오른 꽃은 모두 말라버렸습니다.
3천300㎡ 대지 위 사과나무 160그루가 한순간에 고사목이 됐습니다.
[김영곤/의성군 단촌면 주민 : 작년에는 이 밭이 20kg 사과 박스로 700상자를 땄는데 올해는 1개도 못 따지. 나무는 조금 더 기다려보고 뽑든지 해야지. (회생은?) 회생은 안 돼.]
밭작물도 화마를 피해 가지 못했습니다.
마늘 모종들이 불에 타 바짝 말라버렸고 바로 옆 고추 비닐하우스도 모두 타버렸습니다.
[의성군 단촌면 주민 : 마늘도 타고 고추모도 타고 집도 타버리니까 마늘, 고추 수확해 생계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피해가) 엄청 큰 거죠.]
2023년 기준 의성군 내 농림업 비중은 무려 58.9%, 10명 가운데 6명이 농사를 지어 생계를 이어가야 하지만 농기계도 멀쩡한 게 거의 없습니다.
창고로 불이 번지면서 안에 있던 농기계도 모두 타버렸습니다.
당장 농사 짓기조차 어려운 상황입니다.
경북 북부 지역을 덮친 역대 최악의 산불로 지역 대표 작물들이 초토화됐습니다.
국내 송이 채취량 30%가량을 차지하는 영덕에서는 지품면과 축산면, 영덕읍 3곳에 있는 송이산 4천㏊가량이 불에 탔습니다.
낮과 밤의 일교차로 당도가 높아 큰 인기를 끌었던 청송 사과 또한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농업인들이 많은 경북 지역 특성상 단순한 재산 피해를 넘어 지역 산업 전체가 장기적인 타격을 입을 거란 우려도 나옵니다.
(영상취재 : 고대승 TBC)
TBC 안상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