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번 산불은 숲뿐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왔던 삶의 흔적 모두를 잿더미로 만들었습니다. 집을 잃고 텐트 같은 임시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재민들이 5천 명이 넘는데요.
이어서 전형우 기자가 경북 피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기자>
40여 가구 남짓한 경북 영양군의 작은 마을.
마을을 덮친 산불로 주택 절반이 불에 탔습니다.
산불이 덮치면서 창고는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리고 전동스쿠터에 불이 덮치면서 뼈대만 앙상하게 남아 있고요.
보시는 것처럼 천장이 무너지면서 폐허처럼 변했습니다.
집 한구석에는 그을린 채 가스통이 위태롭게 남아 있습니다.
지난해 이사 온 한 주민은 통째로 무너진 집 앞에서 할 말을 잃었습니다.
[남동구/영양군 주민 : 이 집에 들어오면서 물품도 침대, 냉장고, 전부 다 새 걸 집어넣었는데.]
화마는 삶의 터전뿐 아니라 일터마저 집어삼켰습니다.
[남동구/영양군 주민 : 포기했습니다 이제. (농사) 연장도 다 타버렸으니까. 작물이고 뭐고 하우스도 다 타버리니까 녹아버리고.]
피해 주민 중 고령층이 많아 이재민 지원과 복구 방안 등에 대한 정보 파악이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영양군 이재민 가족 : 노년층이 많으니까 어떻게 해야 될지를 잘 모르세요. 지원이 어떻게 된다는 건지. 지금 씻는 것도 되게 불편해하고 잠자는 것도 불편해하시거든요. 몸 아픈 분들도 많고.]
영양군과 맞닿아 있는 경북 영덕군의 한 마을.
마을 뒤쪽이 절벽처럼 가파른 산으로 대나무가 촘촘하게 박혀 있던 곳인데 이번 산불로 대나무숲이 다 타버렸습니다.
산불 피해도 문제지만, 여름에 비가 많이 오면 산사태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사태주/영덕군 주민 : (숲이 타버려서) 산사태가 난다고. 뿌리도 없고 잡아주는 게 없으니까 그게 제일 걱정이에요.]
집을 잃은 이재민들의 텐트 생활은 며칠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영덕군 이재민 : (불이 꺼져서) 다행이다 싶긴 한데 희망이 없으니까 우리는.]
경북과 경남 산불로 불에 탄 주택만 3천500여 채, 이재민은 5천500명이 넘습니다.
몇몇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임시로 거주할 컨테이너를 지원할 예정이지만, 이재민들이 집으로 언제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는 기약이 없는 상황입니다.
(영상취재 : 오영춘·제일, 영상편집 : 위원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