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국 회의는 원래 잘 공개하지 않는 회의인데, 북한이 이번에 이례적으로 공개를 했는데요.
간부들에 대한 대대적인 문책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회의에서는 온천군 당위원회와 우시군 농업 감찰기관이 비판을 받았습니다.
온천군 당위원회는 음주 접대를 받은 게 문제였습니다.
[북한 비서국 확대회의 보도 : 집단적인 음주불량 행위는 규율건설에 관한 당의 노선에 전면 배치되는 행위이며, 지도간부로서의 초보적인 자격도 없는 썩어빠진 무리, 방자한 오합지졸의 무리들이라는 것을.]
우시군 농업 감찰 기관은 인민 재산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았는데요.
북한 전문 매체인 데일리NK 보도에 따르면, 돼지나 닭 같은 집짐승들을 빼앗아가는 행위를 했다가 원성을 샀다고 합니다.
북한은 이 두 기관을 해산하는 초강력 조치를 취하고, 관련자들을 처벌하기로 했는데요.
데일리NK 보도에 따르면 우시군 관련자들이 공개 처형됐다고 합니다.
[이상용/데일리NK 북한취재본부장 : 우시군 농업감찰기관 간부 등 관련자 10여 명이 확대회의 끝나고 나흘 만에 주민들 앞에서 공개처형을 당했다.]
여기서 생각해 볼 부분은 다른 지역의 간부들은 문제가 없었는데 유독 이 두 지역의 간부들이 문제가 돼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하는 점입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온천군의 음주접대 문제 좀 짚어보겠습니다.
사실 온천군은 북한에서 최근 관심의 대상이었던 지역입니다.
![지방발전 20x10 정책](https://img.sbs.co.kr/newimg/news/20250214/202039807_1280.jpg)
북한이 지난해부터 '지방 발전 20×10 정책'이라고 매년 전국 20개 시군에 현대적인 경공업 공장을 만들어서 10년 안에 지방 주민들의 생활 수준을 한 단계 높이겠다는 정책을 펴고 있는데요.
첫 해 공장이 들어서는 20개 지역 안에 온천군이 들어 있습니다.
이 온천군에서 지난달 20일에 지방 공장 준공식이 열렸는데, 그 이후에 음주 접대 사건이 발생한 것을 보면, 공장 준공식을 마친 간부들이 음주 회식을 세게 하다가 문제가 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온천군에서 음주 회식이 있었으면 공장이 들어선 다른 19개 지역에서는 음주 회식이 없었겠느냐 하는 생각이 들죠.
이번에 문제가 된 우시군, 데일리NK 보도에 따르면 군량미를 징수하다가 집짐승까지 빼앗아 가서 문제가 됐다고 하는데 그러면 다른 지역 간부들은 군량미를 징수하기 위해서 농민 집을 찾아가고 수색하는 일을 안 했겠느냐 하는 생각을 해볼 수가 있습니다.
결국 이 두 지역의 간부들이 일종의 시범 케이스로 처벌을 받았다 이렇게 볼 수가 있는데요.
김정은이 이렇게 간부들을 잡도리 하는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조선중앙TV (지난해 7월) : 국가와 인민을 위해 복무하려는 관점이 전혀 없고 국가공무원으로서의 초보적인 도덕과 자격도 없는 덜돼 먹은 자들이라고 엄정히 지적하시면서.]
[조선중앙TV (2023년 8월) : 행정경제규율이 점점 더 극심하게 문란해졌고 그 결과 건달뱅이들이 무책임한 일본새(일하는 태도)로 국가경제사업을 다 말아먹고 있다고 하시면서.]
이렇게 일부 간부들을 잡도리하면서 다른 간부들에게 긴장을 주는 방식.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어 보일지 모르지만, 중장기적으로 간부들의 창의성과 자발성이 사라지고 보신주의에 급급하게 되기 때문에, 나라 발전에 도움이 될 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이 김정은이 독재 체제를 유지하는 데에는 도움이 될 수도 있어 보입니다.
왜냐하면 간부들을 잡도리 하다 보면,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우리 김정은 원수님은 열심히 하는데 간부들이 능력이 안 돼서 우리가 못 먹고 못 사는구나' 이런 인상을 줄 수가 있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간부들을 잡도리하면서 김정은 자신은 책임에서 빠져나가는 방식.
이것이 김정은의 또 하나의 통치술일 수도 있어 보입니다.
(영상편집 : 김종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