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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 소리 놀라…대포 맞는 격" 엔진 파괴하는 '조류 충돌'

<앵커>

이번 참사의 1차 원인이 됐던 것처럼 항공기가 새와 부딪히는 일은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수십 건 넘게 일어납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큰 사고로 번진 이유가 무엇일지, 실제로 조류 충돌을 경험했던 전직 조종사를 만나서 그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최승훈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2009년 미국 뉴욕 라과디아 공항에서 출발한 US 에어웨이즈 1549편은 이륙한 지 2분 만에 기러기 떼와 충돌했습니다.

이 충격으로 엔진 2개가 동시에 멈추면서 여객기는 허드슨 강에 비상 착수했습니다.

2019년 러시아 모스크바 주코프스키 공항에서 이륙한 우랄항공 178편도 갈매기 떼와 충돌하면서 엔진 2개가 모두 손상돼 인근 옥수수밭에 비상 착륙했습니다.

두 사고 모두 탑승자가 생존하면서 '허드슨 강의 기적', '옥수수밭의 기적'으로 불리지만, 항공기와 새의 충돌로 일어나는 이른바 버드 스트라이크는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100건 안팎의 항공기 조류 충돌이 보고되는데 이 중 약 3.5%는 피해로 이어집니다.

특히 엔진으로 빨려 들어갈 경우 날개 모양의 회전판인 '팬 블레이드'를 부러뜨리고 화재를 일으킬 수 있어 위험합니다.

[권보헌/극동대 항공운항학과 교수 : 고속 회전하기 때문에 앞에 게 만약에 부러지면 뒤를 다 쳐버립니다. 그럼 화재가 발생하면서 엔진이 이제 순식간에 망가지는 거죠.]

이번 제주항공 여객기가 사고 직전 마지막으로 남긴 속력은 시속 267km였는데, 미국 조지아 주립대 연구진이 개발한 모델에 대입해보면 1kg짜리 새 한 마리와 부딪힐 때 약 2t의 힘을 받습니다.

실제 조류 충돌을 겪은 전직 조종사는 새가 잘 보이지 않아 피할 수도 없었다고 말합니다.

[권보헌/극동대 항공운항학과 교수 : 안 보여, 새가 한두 마리는. 뭐가 '뻥' 소리가 나는데 뒤에서 승객이 놀랄 정도로 그렇게 소리가 큽니다. 대포 맞는 거죠.]

일부 전투기에는 이물질 흡입 방지망을 설치하기도 하지만, 이 경우 엔진 효율이 떨어지고 사체 잔해물이 들어오는걸 완전히 막는 데도 한계가 있습니다.

한국공항공사는 공항 주변에 조류가 머물기 좋은 환경을 없애고, 폭음경보기와 조류 기피제를 활용해 예방 활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장운석·제 일, 영상편집 : 윤태호, 디자인 : 이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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