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해 이맘때쯤 서울 지하철 경복궁역에서 에스컬레이터가 역주행해 15명이 다치는 일이 있었습니다. 오래된 부품이 마모되면서 사고가 난 걸로 조사됐는데 전문가들은 이런 부실 관리도 문제지만 잘못된 에스컬레이터 이용이 사고 위험성을 더 키울 수 있다고도 지적합니다.
박재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승객들로 가득 찬 에스컬레이터가 갑자기 멈춰 서더니 그대로 역주행합니다.
지난해 12월 4일 지하철 경복궁역에서 에스컬레이터가 8초 동안 역주행해 승객 15명이 다쳤습니다.
지난해 6월 수인분당선 수내역에서도 에스컬레이터 역주행으로 14명이 다쳤습니다.
모두 감속기 기어나 연결장치 등의 부품이 마모되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부품 고장과 노후화, 부실 점검이 사고의 원인이란 건데, 문제는 잘못된 에스컬레이터 이용방식도 부품 고장 위험을 크게 높인다는 점입니다.
에스컬레이터에서 걷거나 뛸 경우 가만히 서서 탈 때보다 최대 10배 더 큰 충격이 기계에 가해질 수 있습니다.
[김병수/서울교통공사 승강기사업소 팀장 : (부품이) 다 물려 있지 않습니까. 감속기도 어차피 다 구동축에 맞물려 있어서 진동이나 외부 힘으로 인해 충격이 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고가 났던 경복궁역과 환승 역들을 가봤습니다.
승객들이 손잡이를 잡는 대신 걷거나 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지하철이용객 : 에스컬레이터도 수명이 짧아진다고 하긴 하는데 잘 안 고쳐져요. 저 같아도 바쁠 때는 걸어가요.]
길이 65m로 내려가는 데에만 2분 넘게 걸리는 8호선 구리역 에스컬레이터.
사고 시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지만, 안전수칙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습니다.
[박성범/구리도시공사 운영지원팀 : 길이가 늘어난 만큼 (충격이) 누적돼서 더 사고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걷거나 뛰지 마세요. 혹은 손잡이를 꼭 잡고 타세요' 등의 (안내를.)]
에스컬레이터 사고를 막기 위해 지하철 운영사들이 보조브레이크와 비상제동 버튼 등을 설치하고 있는 가운데 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한 승객들의 안전한 이용습관도 필요합니다.
(영상취재 : 이상학, 영상편집 : 최혜란, VJ : 이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