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된 직후,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추경호 원내대표에게 계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한 사실이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당 대표가 이미 계엄 반대 입장을 냈으니까, 원내대표까지 또 낼 필요가 없다고 했다는 겁니다.
긴박했던 그날 밤, 두 사람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안희재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3일 밤 비상계엄 선포 직후 긴급 최고위원회를 소집한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는 여의도 당사에서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동훈/당시 국민의힘 대표 (지난 3일 밤) : 국민께서는 안심해 주시기 바랍니다. 반드시 저희가 위법·위헌적인 비상계엄을 막아낼 것입니다.]
이후 한 전 대표가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게도 계엄반대 입장을 내달라고 요청했는데, 거절당한 걸로 파악됐습니다.
복수의 여당 관계자에 따르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은 대통령과 여당의 입장이 같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선명한 반대가 정말 중요한 시점"이라며 "당 대표도 입장을 냈으니, 원내대표도 내달라"고 요청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추 전 원내대표는 "당 대표가 입장을 이미 냈으니, 나까지 낼 필요는 없다"고 거절한 걸로 전해졌습니다.
이때를 전후해 추 전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 전화를 받았고, 한 전 대표와 설전도 벌인 걸로 전해졌습니다.
"중진 의원들이 당사로 모이고 있으니, 의견을 먼저 듣자"는 추 전 원내대표의 얘기에 한 전 대표가 "국회로 바로 이동해야 한다"고 맞서며 충돌한 겁니다.
이후 두 사람은 국회로 향했고, 추 전 원내대표는 밤 11시 3분부터 계엄 해제안 표결이 이뤄지기 전까지 모두 8차례 문자메시지로 의원들에게 비상의원총회 장소를 공지했는데, 첫 번째와 세 번째, 네 번째는 국회로, 나머지는 중앙당사로 적었습니다.
특히 자정이 지나 보낸 4개 메시지는 장소가 당사였고 여당 의원 대부분이 당사에 머물며 계엄 해제 결의안 표결에 참여한 의원은 18명에 그쳤습니다.
결의안 가결 뒤 추 전 원내대표는 짤막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추경호/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 (지난 4일 새벽) :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서 죄송스럽게 생각을 합니다. 일련의 사태가 발생한 데 대해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추 전 원내대표는 SBS에 "당시 상황이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며 "당 대표가 반대 입장을 냈는데 원내대표가 입장을 곧바로 내는 건 난센스 같은 일"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또 "당시 시간별 동선을 모두 공개했다며, 국회로 모이라는 한 전 대표 지시가 있었던 0시 10분 이후에는 당사 집결을 공지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양현철, 영상편집 : 이승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