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 중소기업진흥회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 역도 86㎏ 이상급 경기에서 인상 133㎏, 용상 167㎏, 합계 300㎏을 들어올려 은메달을 차지한 박혜정이 메달을 목에 걸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혜정, 금메달 리원원(중국), 동메달 우이살 이클레프(카타르).
시상대 가장 높은 곳을 차지한 이는 '역도 여제' 리원원(중국)이었지만, 전설의 복귀전에서 그에 못지않은 화려한 불꽃을 지핀 이는 시종일관 밝은 미소로 바벨을 들어 올린 박혜정(고양시청)이었습니다.
29일 일본 나고야 중소기업진흥회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역도 여자 86㎏ 이상급 결승은 세계 최고 역사(力士)들이 펼친 한 편의 드라마였습니다.
출전 선수 7명 중 박혜정과 리원원, 그리고 신흥 강호 우이살 이클레프(카타르)의 삼파전으로 좁혀진 승부는 인상 경기부터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출발은 박혜정이 끊었습니다.
인상 1차 시기에서 128㎏을 신청한 박혜정은 우렁찬 기합과 함께 가볍게 바벨을 낚아챘습니다.
관중석에서도 박혜정의 기합에 화답하는 함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견제 대상이었던 이클레프가 120㎏에 그친 뒤 129㎏과 131㎏을 연달아 실패하며 처지자 무대는 온전히 박혜정과 리원원의 진검승부로 압축됐습니다.
2차 시기에서 130㎏을 가뿐히 들어 올리며 특유의 밝은 표정을 지어 보인 박혜정의 뒤를 이어 마침내 '전설' 리원원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당초 135㎏에서 132㎏으로 중량을 낮춰 1차 시기에 나선 리원원은 바벨을 가볍게 머리 위로 띄우며 곧바로 대회 신기록을 작성했습니다.
하지만 박혜정의 기세도 매서웠습니다.
곧바로 이어진 3차 시기에서 133㎏을 신청한 박혜정은 흔들림 없는 완벽한 자세로 바벨을 들어 올렸습니다.
리원원의 대회 기록을 단숨에 갈아치우는 순간이자, 2024 파리 올림픽 당시 자신이 작성한 개인 최고 기록(131㎏)을 2㎏ 넘어선 새로운 한국 신기록이었습니다.
그러자 리원원도 괴력을 폭발했습니다.
2차 시기에서 136㎏을 들어 올리며 박혜정의 대회 기록을 다시 빼앗아 간 리원원은 3차 시기에서 무려 140㎏을 거뜬히 성공해 또 한 번 대회 신기록을 수립했습니다.
박혜정과 리원원이 주고받은 대회 신기록만 인상에서 4차례나 쏟아져 나온 명승부였습니다.
용상에서도 치열한 수 싸움이 이어졌습니다.
이클레프가 168㎏에 실패하며 동메달로 밀려난 사이, 박혜정은 1차 시기 163㎏에 이어 2차 시기에서 167㎏을 들어 올리며 포효했습니다.
인상 133㎏과 용상 167㎏을 더해 합계 300㎏의 고지를 밟으며, 자신의 종전 기록을 넘어선 또 하나의 한국 신기록을 수립했습니다.
그러나 '세계기록 보유자' 리원원의 벽은 높았습니다.
1차 시기에서 166㎏을 가볍게 성공한 리원원은 2차 시기에서 170㎏을 들어 합계 310㎏을 기록, 박혜정과의 격차를 10㎏으로 벌리며 우승을 굳혔습니다.
금메달을 확정한 리원원은 마지막 3차 시기 플랫폼에 올라 바벨을 잡는 대신, 머리 위로 큰 하트를 그려 보이며 우승 세리머니를 펼쳤습니다.
2020 도쿄와 2024 파리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하고 세계선수권까지 두 차례 제패했던 리원원이 은퇴 수순을 밟다 복귀해 아시안게임 금메달까지 목에 걸며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는 순간이었습니다.
박혜정에게는 기시감이 드는 경기이기도 했습니다.
2년 전 2024 파리 올림픽에서도 리원원은 합계 309㎏으로 금메달을 확정한 뒤 3차 시기를 건너뛰고 세리머니를 펼쳤고, 박혜정은 합계 299㎏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당시와 정확히 똑같은 '10㎏ 차' 은메달이었습니다.
비록 2년 전의 설욕과 한국 여자 역도 사상 첫 아시안게임 2연패의 꿈은 다음으로 미뤘지만, 박혜정의 표정에는 그늘이 없었습니다.
시종일관 밝은 얼굴로 '살아있는 전설'의 기량을 깨끗하게 인정하면서도, 자신이 준비한 모든 것을 쏟아부어 한국 신기록 2개를 새로 썼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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