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울어요. 이건 시대의 징조예요. 마지막 무대에 온 걸 환영해요. 네 최고의 옷을 입고 오길 바라요. 하늘로 가는 길에서 문지기를 매수할 순 없어요. 여기서는 꽤 괜찮아 보이지만 사실 그렇게 괜찮은 건 아니에요. 우리가 이미 겪은 걸 배우지 못한다면 왜 우리는 늘 갇힌 채 도망만 치는 걸까요. 총알들로부터. 그 총알들로부터."
가수 뺨치는 가창력은 아니었다. 인물의 감정 상태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절절한 열창이었다. 냉철해 보였던 에바의 감정적 내면을 처음으로 마주한 듯한 느낌이 드는 장면이기도 하다.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각본을 쓴 드류 고다드는 이 장면을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 꼽았다. 고다드는 매셔블과의 인터뷰에서 "저는 그 장면을 '폭풍 전의 고요'와 같은 장면이라고 불러요"라고 그 의미를 부여했다.
앞서 필 로드 감독과 크리스 밀러 감독은 이 노래방 장면의 아이디어를 고다드에게 전달했고, 고다드는 휠러에게 노래를 직접 골라달라고 제안했다. 휠러는 '사인 오브 더 타임스'(Sign of the times)를 부르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고다드는 "정말 놀라운 일이죠. 영화의 주제와 너무나 완벽하게 맞아떨어지거든요. '대기를 뚫고 나아가다'(Breaking through the atmosphere)라는 가사까지 있잖아요. 이보다 더 좋은 노래를 고를 수는 없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이 노래의 원곡의 해리 스타일스다. 2017년 발매된 이 싱글은 그룹 원디렉션으로 활약하며 큰 인기를 얻었던 해리 스타일스의 첫 솔로곡이었다.
'시대의 징조'로 해석할 수 있는 제목부터 가사 품고 있는 의미는 영화와 맞물려 새로운 중의적 해석이 가능하다. 종말론적 무드가 가득한 이 노래의 가사는 죽음을 앞둔 사람에게 전하는 말 같기도 하다. 가사에 등장하는 '총알'(The bullets)은 전쟁과 같은 외부의 위협은 물론 일상에서 느끼는 불안과 압박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한 편의 영화에서 음악, 특히 메인 테마곡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특히 우주 소재의 SF의 경우, 여백의 장면이 많아 음악의 중요성은 도드라진다. '마션'에 '스타맨'(Starman)이 있다면, '프로젝트 헤일메리'에는 '사인 오브 더 타임스'(Sign of the times)가 있다. 또 하나의 주옥같은 곡은 비틀즈의 '투 오브 어스'(Two of us)다. 이는 그레이스와 로키의 관계성을 보여주는 테마곡이다.
두 곡 모두 멜로디와 가사까지 영화와 잘 어우러진 선곡이지만, 관객의 감정선을 직접적으로 자극하는 건 역시나 '사인 오브 더 타임스'다. 산드라 휠러의 빼어난 연기와 합쳐진 장면이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에바는 대의를 위해 개인을 희생시켜야 하는 프로젝트를 이끄는 리더로서 냉철한 모습을 보이는 동시에 고뇌와 죄책감까지 보여준다. 특히 영화 후반부, 남극에서 남은 임무를 수행하는 늙은 에바의 모습은 많은 이야기를 압축하고 있다.
이 장면에는 숨은 1mm가 있다. 에바의 목 뒤에 있는 'V' 문신이다. 이는 에바가 종신형을 받았다는 낙인이다. 이 문신을 통해 에바가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책임자로서 적잖은 고충을 겪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에바는 흰머리 지긋한 노년이 되어서도 여전히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영화는 마지막에도 보여준다. 대의를 위해 개인의 삶을 희생한 건 그레이스만이 아니었다.
원작자 앤디 위어의 요청으로 들어간 이 설정은 영화가 프로젝트 시작 이후에는 지구의 시간을 거의 보여주지 않았음에도 그 시간을 관객이 상상할 수 있도록 열어놓은 장치였다.
(SBS연예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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