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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사망 원인 1위 자살…치료제는 그림의 떡? [이과적 사고]

박 모 씨는 5년 전 중증 우울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중증 우울증 환자의 자살 위험도는 일반인보다 최대 30배 높습니다.

[박모 씨/중증우울증 환자 : 심적으로 힘들어서 좀 자해를 심하게 했었어요. 한 10바늘 정도 꿰매야 될 정도로.]

2024년 국내 잠정 자살자는 1만 4천872명, 2011년 이후 최고치입니다.

40대 사망 원인 1위는 줄곧 암이었는데 지난해 바뀌었습니다.

이로써 10대부터 40대까지 사망 원인 1위는 자살입니다.

중증 우울증 환자의 자살 위험도를 낮추려면 항우울제를 처방받는 게 가장 중요하죠.

영국 연구팀이 항우울제를 처방받은 환자 20만 명을 221일 동안 관찰한 건데요.

약을 복용했는데도 28일까지는 자살자가 많습니다.

그 이후에는 확 줄어들지만요.

우울증 약이 치료 농도까지 올라가는데 3주 정도 걸리기 때문입니다.

의사 옆에 자살 위험이 큰 청년이 앉아 있습니다.

이 기계는 TMS라고 하는 전자 장치인데, 여기서 자기장이 발사하면 청년의 뇌 안으로 들어가서 뇌신경을 회복시킵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연구팀이 5일 동안 강도 높게 치료했더니 즉시 56%에서 자살 생각이 사라졌습니다.

4주 후에는 75%에서 사라졌고요.

이런 효과 때문에 미국에서는 2020년까지 무려 2천만 회 이상이 시행될 정도로 TMS 치료가 활용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활용도가 매우 낮습니다.

항우울제가 잘 안 듣는 걸 치료 저항성 우울증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해마다 10만 명 정도 진단받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문제는 일반 우울증보다 자살 위험도가 무려 7배나 높다는 겁니다.

이런 환자를 위해서 코에 뿌리는 신약이 2019년 개발됐고, 국내에서는 2020년에 도입됐습니다.

이 약의 효과가 어떤지 볼까요?

2024년, 최고 수준의 논문 네이처에 실린 겁니다.

이 약으로 치료받은 지 26일 되는 시점에서 자살 생각이 해결된 비율이 치료를 받지 않은 사람에 비해 4.3배나 높았습니다.

[오진승/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이 치료제는 대략 한 절반 정도 비강으로 흡수가 돼서 한 절반 정도 이용이 되기 때문에 보다 신속하고 효과적인….]

이런 이유로 미국은 혁신 치료제로 지정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대상 환자 10만 명 중 500명 정도만 처방받고 있습니다.

한 달 100만 원 안팎의 약값을 환자가 모두 부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박모 씨/중증우울증 환자 : 많이 부담스러웠어요. 제 돈이기는 해도…. 부모님이랑 상담할 때 많이 싸우고….]

자살을 더는 '극단적 선택'이라고 말하지 않기로 한 데는 개인의 선택과 책임으로 자살 문제를 다뤄서는 안 된다는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자살 예방 최신 치료는 여전히 개인의 형편에 따른 선택에 좌우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편집 : 원형희, 디자인 : 강경림·조수인·박태영·이연준)

조동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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