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20세기 현대미술의 거장 루이즈 부르주아의 국내 최대 규모 회고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평생에 걸친 트라우마가 예술언어로 승화돼 전설이 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이주상 기자입니다.
<기자>
[루이즈 부르주아: 덧없고 영원한 / 내년 1월 4일까지 / 호암미술관]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 입구 호숫가의 거대한 거미.
높이 9미터, 폭 10미터의 청동 거미가 여덟 개의 다리로 우뚝 선 채 버티고 있습니다.
미술관 안에도 크기는 줄었지만 여전히 압도적인 거미가 있습니다.
루이즈 부르주아에게 거미는 어머니입니다.
섬세하게 거미줄을 짜고 알을 품으며 새끼를 보호하는 존재인 겁니다.
그렇지만 모성에 대해 작가는 양가적 감정을 보입니다.
젖을 먹이는 생명줄을 제공하는 동시에 아기에게 종속된다는 이미지로 형상화합니다.
특히 아버지는 증오의 대상이었습니다.
시뻘건 조명 아래 고깃덩이가 식탁에 올려진 작품은 그런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이진아/리움미술관 큐레이터 : 아버지에게도 배신당하고 또 그런 아버지의 불륜을 그냥 묵인한 어머니도 나를 배신했다라고 생각을 하고, 그런 마음의 많은 괴로움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서 예술을 했던 것으로 많이 해석이 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가족을 포기하지는 않았습니다.
붉은 꽃 연작은 피와 고통 같은 격정적 감정과 더불어 생명력과 치유의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로비에 걸린 작가 인생 후반기의 걸작 '커플'은 두 개의 나선형 인간이 매달린 채 회전하면서 융합하는 모양입니다.
평생에 걸친 갈등을 끝내는 화해와 통합의 희망을 보여줍니다.
[김성원/리움미술관 부관장 : 불안과 심리적 긴장을 통해 한 개인이 평생을 걸쳐 질문한 그런 주제가 어떻게 동시대적인 예술 언어로 확정되었는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트라우마를 승화한 예술, 덧없지만 영원했던 루이즈 부르주아의 인생 전체를 조망하는 전시입니다.
(영상편집 : 김진원, VJ : 오세관)